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심과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되신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며(막 14:36)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게 기도하라고 우리에게 권면하고 있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라 소개한다. 예수를 믿으라는 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복음의 중심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이 예수가 하나님이 아니라면 기독교의 복음은 우상숭배를 조장하는 내용의 것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복음의 선포에 있어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되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다른 유신론적인 신앙체계들인 유대교와 이슬람교로부터 기독교를 구분해주는 독특한 신론의 체계가 삼위일체론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그 바닥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깔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세기에 이루어진 신학적 성찰 가운데 가장 특기할 만한 특징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삼위일체론의 르네상스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의 조직신학에서 이루어진 가장 흥미 있는 발전 중 하나는 기독교 신학의 다양한 측면을 위해서 삼위일체론이 지니는 여러 의미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고조된 것이다. 그 흐름을 선도적으로 주도한 사람은 개신교의 칼 바르트와 가톨릭의 칼 라너라는 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삼위일체론과 관련하여 가장 흔하게 제기되는 반론은 삼위일체라는 말이 성경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말이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그 말이 성경적인 함축을 지닌다는 것은 얼마든지 양립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비록 삼위일체라는 말이 성경에는 없지만 그럼에도 삼위일체론의 분명한 가르침의 흔적을 성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삼위일체론의 성경적 근거로서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복음서 가운데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의 신성에 대한 자기주장이라 말할 수 있다. 예수님은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요 10:30)고 말씀하심으로 성부 하나님과 자신이 동등한 신성을 가진 분이라고 주장하셨다. 또한 신약성경에는 예수님의 신성에 대한 많은 언급이 있다. 요한복음의 서문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말씀이신 예수님은 태초부터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며 하나님과 동등하신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심지어는 유일신 사상을 강조하는 구약성경에도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암시들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실 때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창 1:26)라고 말씀하고 계신데, 전통적으로 이 구절의 “우리”라는 복수형이 바로 성경 전체를 통해 계시될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초기 단계의 계시라고 해석되었다. 또한 창세기 18장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난 세 천사도 결과적으로는 삼위 하나님의 현현이거나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예표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니엘 7장 13절~14절에 등장하는 “인자 같은 이”도 삼위일체의 제2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분명하게 삼위일체를 지지해주는 성경의 본문은 보통 예수님의 지상명령이라고 불리는 마태복음 28장 19절과 축도로 사용되는 고린도후서 13장 13절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예수님은 매우 초기부터 기독교 예배의 중심이 되었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예배의 매개자이면서 동시에 예배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요한계시록에서 하나님과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에게 드려지는 수많은 찬양들과 심지어는 기도를 발견하게 된다. “어떤 기도는 성자에게 드려져야 한다.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성자의 존재로 인해 우리 주님을 찬양할 수 있다. 성자의 사역이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성자에게 드려지는 기도는 성자가 행하셨던 일에 대한 감사도 포함해야 한다(계 5:11~14)” (Grenz, 『하나님의 공동체를 위한 신학』, 131)
기독교회는 “성부, 성자, 성령”이라고 불릴 수 있는 하나님을 신앙고백하며 선포하고 순종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신성 안에 모종의 구분이 있음을 의미하였으며 종래의 유대교의 유일신 또는 헬라 철학의 일자(一者)로서의 신과는 다소 모순되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삼위일체(Trinity)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터툴리안(Tertullian, c. 155-c. 230)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나의 본체, 세 위격”(One Substance, Three Persons)은 삼위일체론의 고전적인 형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