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전역한 군종 병사들이 연락이 왔다. 부대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교회와 목사님은 기억하고 싶다며 찾아와 식사 교제를 가졌다. 그들 중 한 명은 사역자로, 한 명은 교회 찬양단 리더로 각자 교회에서 사역을 은혜롭게 감당하고 있는 것을 듣고 하나님의 일하심에 너무나도 감사했다.
군부대의 특성상 부대 전입을 오면서 교회를 처음 나오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을 어떻게 섬기며 복음을 증거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다. 기도하며 자유시간이 길고 여유가 있는 토요일에 ‘토요 토크모임’을 만들었다. 라면을 끓여 먹고 자연스럽게 삶을 나누며 만남의 시간을 갖고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 모임을 통해 세례를 받고 군종이 되어 교회를 열심히 섬겼던 용사도 있었다.
군입대 후 처음으로 교회에 나왔다던 한 용사는 권사이신 고모님이 이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셨다고 했다. 반면 신학생이라고 했지만 한 번도 교회에 나오지 않고 전역한 형제도 있었고, 처음엔 몇 번 출석하다가 나중에는 나오지 않는 형제도 있었다. 여러 사례들을 겪으며 한 사람의 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경험하고 있다.
섬긴 교회의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컨테이너로 지어진 예배당으로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데다 좁기까지 했다. 장소를 옮기고 싶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신우 형제들과 함께 열심히 기도했더니 6개월 후 옆에 있던 창고를 교회로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셨다.
군선교 사역을 이어갈수록 하나님의 시간과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시는 것을 체험한다. 뒤돌아보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심정에 힘들고 낙심되어 있을 때 살아계신 하나님은 저를 위로하시며 동역자들을 붙여주시고 사역을 감당하게 하셨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정리하며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묵상해 본다.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오늘도 이곳에서 한 영혼이 변화되고 있다. 이 나라 교회를 살리는 청년들을 위해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광야와 같은 군부대에서 복음을 들고 외치는 자가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