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ESF라는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던 시절 육군훈련소에서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던 한 형제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형제의 권면이 나를 군선교의 길로 이끌었다. 1993년 학사장교 소위로 임관했고 7년 동안 군부대를 섬기며 간호장교였던 아내와 결혼했다. 나는 전역했지만 아내가 전역하는 2008년까지 계속해서 군교회를 섬겼다.
40대 초반 늦은 나이에 신대원에 진학하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역을 고민했을 때 떠오른 것은 역시 군선교였다. 이후 지금까지 14년 가량 군선교사로 사역해오고 있다. 젊은 용사들을 섬기기 위해 사회복지사, 바리스타, 코칭, 다중지능상담사, 진로지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섬길 준비를 했다.
하지만 군선교 현장은 밑 빠진 독과 같다. 물을 가득 가져와 붓고 나면 새어 나가는 현장. 용사들은 18개월이라는 군 복무기간을 마치고 전역하면 부대를 다시는 바라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난다. 사역자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열매를 바라보고 내 손으로 수확하려는 미련한 생각은 이제 버렸다. 다만 군선교 현장에서 받은 복음의 씨앗이 전역 후 사회 어느 곳에서든 믿음의 열매로 맺히길 기도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처음 전담 사역을 할 당시 한 신우 형제가 기억이 난다. 부대생활에서 스트레스로 가끔 과호흡이 와 힘들어하던 형제였다. 다행히 교회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적응하며 세례까지 받고는 믿음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섬기는 기쁨과 감사를 경험했다. 부대에 신병 전입 용사들이 오면 토요일 ‘슬기로운 군생활, 군에서 살아남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군생활 적응을 돕고 종교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권면했다. 이에 교회에 와서 예배하며 세례를 받고 믿음을 갖는 용사들이 많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