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복받은 나라,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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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받은 나라, 스위스
  • 원천교회 박창우 원로장로
  • 승인 2024.06.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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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스위스에서 3개월을 살아보니

어쩌다 스위스에서 3개월을 머물다 왔다.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강하게 받은 인상은 두 가지다. 미친 물가와 그림같은 풍경하루하루 지내면서 느끼게 된 것은 기독교 분위기가 스며 있다는 점이다.

고물가를 경제력으로 이겨낸다.

스위스는 물가가 세계 1위다. 간단한 식사도 1인당 4~5만원을 잡아야 하니 매끼 호텔에서 식사하는 셈이다.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8,000원이 넘고 택시 기본요금이 3만원이 넘는다. 남자 머리컷 비용이 86천원이고 치과 스케일링이 30만원, 엑스레이 한번 찍는데 25만원이다. 보통 우리나라 물가의 3배 이상으로 봐야 하고 길거리에 화장실이 드문데다가 한번 이용하려면 2~3천원을 내야 볼일을 볼 수 있다.

고물가를 스위스인들은 고소득과 경제력으로 감당해 나간다. 월급이 많아서 이웃 프랑스인이나 독일인들 중에는 스위스에서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국경 가까이 도시에는 프랑스나 독일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나라

스위스는 바다가 없고 지하자원도 없고 농경지도 적어 중세시대까지는 유럽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로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무수히 침략을 당하는 동네북이었다.

땅도 좁고 인구도 적지만 알프스산에서 길들여진 체력으로 이웃나라 내전에 용병으로 팔려가 돈을 벌었다. 프랑스혁명 때 박해를 피해 넘어온 위그노족(개신교 신자들)이 시계수리업을 생업으로 삼고 알프스산에서 약초를 캐다 약을 만들기 시작하더니 오늘날 시계와 의약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이루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어느 나라가 이길는지 몰라 중립국이었던 스위스 화폐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게 되었고 스위스는 돈의 출처를 묻지 않는 금융 비밀주의로 각 나라의 거금이 몰려와 세계금융의 중심이 되었다. 교통의 요충지가 되고 관광업이 발달하고 생활용품은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테크 제품만 파는 전략으로 경제력이 높아지고 임금이 높아졌다. 사업하기에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1,000개 이상의 다국적기업이 들어와 있고 수백개의 국제기구 본부가 몰려와 일자리가 넘쳐나는 선진국이 되었다.

순교자 츠빙글리(1484년~1531년) 동상 앞에서
순교자 츠빙글리(1484년~1531년) 동상 앞에서

스위스는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이다.

스위스는 우리나라 경상도보다 조금 더 큰 땅인데 어디를 가나 카메라를 대면 그림이 된다. 위쪽엔 눈이 쌓여 있고 아래쪽엔 푸른 초원이 한 눈에 보이니 신기하다.

알프스산맥으로 인해 무척 추울 거 같지만 스위스는 겨울엔 혹한이 없고 여름엔 혹서가 없어 관광객이 사철 드나든다.

고지대 청정지역으로 매연이 없고 미세먼지도 없고 환경문제가 없다. 소위 멍때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한적한 호수가 곳곳에 있다. 도심에서 쌍두마차도 볼 수 있고 독특한 디자인의 트램이나 버스들이 있고 산악지대로 가면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절경에 놀라게 된다. 어느 곳을 가도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매력 포인트들이 있다. 경제 강국답게 돈을 들여 가꾼 부분도 있겠지만 스위스는 나라 전체를 예쁘게 디자인해 놓은 작품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니까 감동이 더한 거 같다.

기독교가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뿌듯했던 것은 기독교가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그 많던 예배당들이 문을 닫고 사역자가 없어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들이 와서 사역을 하는 지경인데 스위스는 65%의 기독교인(신구교 합쳐)들이 활발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젊은이들이 많은 편이다.

스위스는 국기부터가 십자가다. 관광지 어디를 가도 십자가 국기가 목표지점에서 펄럭이고 있다. 쇼핑백에도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국가는 찬송가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형제사랑을 노래한다. 스위스는 곳곳에서 낮에 교회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1km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만큼 소리가 큰데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매 시간, 어느 경우엔 15분마다 울리고 한 번에 30회 이상 종이 울리기도 한다. 스위스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기독교 절기와 관련해 공휴일이 많다. 부활절, 성탄절은 물론이고 유월절, 예수승천일, 추수감사제, 성령강림절도 휴일로 지킨다. 부활절이 다가오면 마켓에는 부활절카드와 부활절빵, 부활절쿠키, 계란장식, 토끼장식 등으로 축제 분위기를 띄운다.

스위스 최대의 마켓체인 미그로는 술을 일체 팔지 않는다. 그만큼 사회 건전화를 지원하고 기독교적 가치를 반영하기도 한다. 스위스는 구교와의 전쟁 흔적이 곳곳에 있다. 관광명소마다 교회와 관련된 곳이 많은데 베른 대성당이나 취리히의 그로스뮌스터나 프라우뮌스터와 같이 겉으로 보기엔 성당인데 종교개혁 때 개신교로 바뀐 교회들이 적지 않다. 종교개혁엔 츠빙글리를 빼놓을 수 없다.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로마 구교에 저항하여 성경만이 권위이며 성경에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개신교를 위해 싸운 순교자다. 구교와의 전쟁 중 1531년 카펠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육신이 네 토막이 난 채 불태워져 47세의 나이로 순교하였다. 그의 동상이 그로스뮌스터 옆 리마트강가에 세워져 있다.

스위스인들은 옆에서 곤란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걸 종종 본다. 운전기사가 버스에서 일부러 내려 길을 가르쳐 줄 정도다. 동전이 없어 쩔쩔매고 있을 때 저쪽에서 다가와 동전을 건네주기도 한다. 마약문제나 총기사고가 거의 없고 범죄율이 낮은 나라다. 유럽에는 소매치기 좀도둑이 많아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는데 스위스는 우리나라처럼 마음놓고 다녀도 될 만큼 안전하다. 프랑스혁명 때 루이16세와 왕비를 지키던 근위병들이 대부분 도망을 갔으나 스위스용병 786명이 필사적으로 싸우다 전사하였는데 우리가 도망가면 후손들이 용병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루체른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자의 모습이라고 알려진 조각상이다. 고용주를 배신하지 않는 의리 때문에 오늘날에도 바티칸은 근위병으로 스위스 용병들을 기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인구가 900만이 안 되는데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27명에 이른다.

이슬람이 밀려와 득세하기 시작하자 2009년에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더 이상 세우지 못하도록 입법화했다. 스위스는 7명의 장관들이 매년 교대로 대통령을 맡고 있어 시민들은 누가 대통령인지도 몰라 열차를 같이 타도 그냥 지나친다고 한다.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있다.

요즘엔 K-, K-드라마 영향으로 인해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반기는 분위기다.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어진 우리나라에 비해 스위스는 생활의 속도가 느려 불편한 점도 많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강대국에 끼어 있는 작은 나라. 자원도 없고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던 나라.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나라. 성실함과 책임감, 정이 많고 배려심이 많은 국민성. 무엇보다도 하나님 믿는 열정이 있는 나라, 예수 잘 믿어 복 받은 나라다.

스위스나 우리나라는 하나님 은혜로 살아가는 나라인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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