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행전] “하루의 1%만 여기에 투자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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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행전] “하루의 1%만 여기에 투자해봅시다!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4.05.14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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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80)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내게는 아주 좋은 습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메모지를 적는 것이다.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메모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종이와 펜이 항상 옆에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 주머니에는 메모지와 펜이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명품 와이셔츠 윗주머니에 넣은 볼펜 잉크가 새는 바람에 낭패를 본 일도 여러 번 있다. 그러던 중 지우개를 겸한 뚜껑을 발견하고는 그때부터 볼펜 대신 연필을 쓴다. 

메모지와 연필은 옷 주머니에만이 아니라 화장실, 침대, 자동차 운전석 등 내가 있는 곳은 어디라도 따라다닌다. 아이디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떠오른다. 값진 아이디어를 메모지에 여러 개 담았을 때 내 마음은 현금 가득한 지갑 못지 않다. 그래서 메모 준비를 못했을 때에는 퍽 불안해진다. 한번은 샤워를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아까웠던지. 이처럼 아이디어는 즉시 잡지 않으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만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유리창에 비누칠을 해놓고 거기에 키워드를 적곤 한다. 이렇게 때와 장소를 뛰어넘어 낚은 아이디어들은 주제별로 수십 개의 서랍에 나뉜다. 그리고 강의와 집필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내 서재에는 책도 많지만 메모지를 분류해서 정리해놓은 박스들이 많다. 한약방 약재 서리같은...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보물들이다. 메모를 잘하려면 성실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좋은 습관이 글 쓰고 강의하고 가르치는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의 메모 활동은 컴퓨터 안으로 확대되었다. 온라인상의 귀중한 자료들을 스크랩하여 수백개의 폴더에 담는 작업이다. 스마트폰은 나의 메모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메모지가 없어도 기록할 수가 있게 됐다. 음성으로도 가능해졌다. 그뿐인가. 카메라로도 메모를 할 수 있게 됐다. 나는 기록을 위해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서점에 가면 관심이 있는 책들의 표지도 찍고, 문제가 있는 도로 표지판도 찍고, 이상한 간판도 찍고, 불통 공공시각물도 찍는다. 내게는 아주 위험한 습관이 아나 있는데, 그건 운전을 하면서 엉터리 도로 표지판을 찍는 것이다. 꼭 필요한 표지판 촬영에 실패하면 다시 돌아와 찍기도 한다.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주제는 ‘기억’이다. 여주인공은 치료가 불가능한 희귀병에 걸린다. 수술로 살 수는 있게 되지만, 살아온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 여주인공은 그래서 수술 받는 걸 망설이게 된다. 사람이 살아온 기억을 잃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연필과 메모지를 손에 쥐는 순간,
사색과 성찰이 시작된다


내 인생에서 메모질은 단순한 발상 작업을 뛰어넘는다. 내 메모에는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 인생에 고마운 일들, 고마운 사람들을 적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오늘 하루 내게 고마운 일들, 고마운 사람들을 적어보는 습관도 생겼다. 나아가 앞으로 내가 해보고 싶은 일들, 만나고 싶은 사람들, 가고 싶은 곳을 적어보곤 한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볼 방도도 찾아본다.

요즘 우리는 내 생각을 꺼내보는 ‘사색’은 하지 않고, 남의 생각을 찾아보는 ‘검색’만 하며 사는 것 같다. 볼 곳이 너무 많아져서일까? 드라마도 한꺼번에 몰아서 보고, 유튜브도 배속으로 본다. 사색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고 사는 것은 죄악이라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연필과 메모지를 손에 쥐는 순간 우리는 제3자의 시각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나를 바라볼 수 있다. 사색하고 성찰하는 데 메모처럼 좋은 도구도 없다. 하루는 1,440분, 86,400초이다. 하루의 1%(약 15분, 864초)만이라도 사색과 성찰에 투자해보자. 주변 사람, 텔레비전, 스마트폰을 잠시 물리치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연필과 메모지를 잡아보자. 평소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세계를 접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밤 사이 소복히 내린 하얀 눈처럼, 내 인생에 쌓인 주님의 은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소 느끼지 못한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도. 그 한 줄의 메모를 적으면 감사일기가 되고, 하나씩 소리내 읽으면 감사기도가 된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크고 무겁고 귀한 아이디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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