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성경무오에 대한 논쟁이 일었고 그 결과로 성경무오에 대한 시카고 선언(Chicago Statement on Biblical Inerrancy, 1978년)이 나왔다. 이 논쟁을 촉발시킨 사람은 헤롤드 린드셀이었다. 그는 <성경을 위한 전투, 1976년>라는 책에서 매우 전투적으로 복음주의권 안에서 성경무오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칼 헨리와 같은 사람들은 그 자신도 성경무오를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지만 린드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헨리는 성경 무오가 중요한 교리이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을 복음주의자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복음주의권에 속하면서도 성경의 무오를 믿지 않은 대표적인 두 사람으로 C. S. 루이스와 F. F. 브루스를 들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복음주의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서의 성경의 무오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이들을 함부로 내치면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루이스는 성경의 무오를 믿지는 않았지만 성경의 권위를 받아들였다.
스콧 버슨과 제리 월즈는 신학적으로는 극단적인 알미니우스주의인 열린 유신론(Open Theism)에 경도된 듯한 학자들이지만 20세기 최고의 변증가라고 할 수 있는 C. S. 루이스와 프랜시스 쉐퍼의 사상을 비교한 탁월한 책을 썼다. <루이스와 쉐퍼의 대화>에서 이들은 루이스가 스스로 근본주의자가 아님을 밝히고 있지만 비록 의자가 불편하고 음식이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음에도 성경의 권위라는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경우 당대의 성경신학자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희망하고 기대했던 결과를 성경에 넣어 읽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끄집어내는 해석학을 따랐다고 한다면 루이스는 전통에 균열이 생기고 이성이 지지부진해지는 경우에 확고하게 성경의 편에 섰다.
“루이스는 성경의 권위를 존중했음이 분명하다. 그는 지옥의 교리와 같은 경우에 정서적인 불편함을, 자유와 예정 논쟁과 같은 경우에는 지적인 불편함을 희생시켰다. 그는 두 가지 경우 모두에 자신의 타고난 욕망을 성경의 권위 아래 종속시켰다.… 사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권위를 받아들이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권위를 받아들이느냐이다”(191). 루이스는 성경에서 ‘주께서 말씀하시기를’(Thus said the Lord)이라는 구절을 매우 중요하게 보았으며, 성경을 ‘조금도 양보가 없는 한결같이 성스러운’ 책이라고 불렀다.
신앙적인 스펙트럼을 따라 진보적인 계열에 속한 교단에서는 성경의 무오성은 고사하고 성경의 영감도 잘 믿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영위해 간다. 그 부분에 대해 우리들 입장에서 함부로 비판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복음주의권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신앙의 토대가 성경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흔들리면 신앙 전체가 좌초해버리는 일을 우리의 주변에서 목격하게 된다.
보수적인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유수의 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를 마친 후 귀국하여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지역 교회에 담임 목사로 청빙을 받아 목회하던 어떤 목회자가 주일 설교에서 성경의 가나안 7족을 진멸한 사건에 대한 기록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죽여놓고 그것을 정당화시키려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하였다. 교회는 발칵 뒤집어졌고 석 달의 말미를 주면서 담임목사를 내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목회자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까지도 버리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가나안 7족을 진멸한 사건이 맘에 들지 않아 배격해버리면 나중에는 십자가 사건마저 마음에 들지 않아 부정하게 된다. 부분 영감이 이르게 되는 논리적인 귀결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성경 무오는 성경 영감론의 결론이다. 신학적인 입장을 따라 매우 엄격한 무오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성경의 권위를 높이려 하다가 결과적으로는 성경의 권위를 훼손해버릴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예컨대 성경은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보아도 무오하다는 주장은 무모한 주장이다. 성경은 과학교과서가 아니라 구속사이다.
밀라드 에릭슨은 성경 무오에 대해 성경은 그것이 쓰여진 당시의 문화와 의사소통의 수준에서, 그리고 그것이 쓰여진 그 당시의 목적들을 고려하여 올바르게 해석될 때 그것이 확언해주고 있는 모든 내용들 속에서 온전히 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