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4년 4월 10일 총선이 실시되고, 금년 12월 1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에 언론의 뉴스는 온통 정치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정치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취하여야 하는가?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반대로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하나님의 뜻과 동일시하고 교회의 이름으로 지지하여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그동안 한국교회는 두 가지 성향을 보여왔다. 하나는 정치를 세속적인 영역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무관심하고 오직 ‘영적’인 것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소위 이원론적인 접근으로 정치와 종교, 속세와 교회, 세속과 영성을 나누고 전자를 ‘죄악된 것’으로, 후자를 ‘거룩한 것’으로 구분하여 후자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하나님의 뜻과 동일시하여 교회의 이름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에 대한 기독교적인 접근은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교육 등 전 분야에 있어서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리심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특징은 ‘초월’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당, 이념과 동일시될 수 없다. 세상의 정치에 대해 그것을 초월하여 하나님의 뜻을 물으며,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정의와 평화를 구하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는 현실 정치에 대해 비평적 성찰을 제공한다.
정치가 정치인의 욕심, 지역 이기주의, 특정 이데올로기의 편파성, 포퓰리즘의 편승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한국교회는 현실 정치를 초월하여 예언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는 말씀처럼 현실 정치에 매몰되거나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초월하여 하나님의 다스리심이 이루어지도록 선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치 이념을 초월해야 할 한국교회가 이념으로 분리되어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교회와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교회로 분열되어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보수와 진보 이념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초월하여 통합하는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는 보수만의 가치가 아니며, ‘정의’도 진보만의 가치가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초월하여 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우선 교회 안에 ‘원탁회의’가 필요하다.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진보와 보수가 함께 만나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만남과 대화가 요청된다. 진보와 보수가 평행선을 그으며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현실 정치와는 달리, 한국교회 내에서 먼저 진보와 보수가 대화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여야 한다. 신앙은 자신의 이념이나 신념, 정치적인 입장을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개개인 그리스도인들도 자신의 이해관계와 편향적인 이념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하고, 한국교회가 현실 정치를 초월하여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가오는 2024년 4월 총선은 한국교회가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초월하여 하나님 나라를 추구함으로 ‘하나님의 정치’를 구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동대 석좌교수·장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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