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고라스의 변증서를 검토해 볼 때 가장 중요한 기여는 삼위일체론에 대한 설명인데, 성삼위에 대한 ‘개별성’과 ‘일체성’을 간결하고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기독교인을 위한 탄원>에서 삼위일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무신론자가 아니라는 점을 나는 이미 충분히 설명하였다. 대개 우리는 한 분 하나님을 인정하고 있으니 그는 피조자가 아니며, 영원하며, 보이지 않으며, 고통을 당하지 않으며, 불가침적이며, 무한하신 분이시다. 그는 다만 마음과 예지에 있어서 알려지며 빛과 아름다움과 영과 형언할 수 없는 능력으로 둘러쌓여있다. 그로 말미암아 우주는 그의 말씀(Logos)을 통하여 창조되었고, 질서를 유지하게 되었고, 함께 모인다. 내가 여기서 ‘그의 말씀’이라고 말함은 하나님께서 한 아들을 가지신다고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한 아들을 가지셨다고 말함으로 우리를 어리석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성부 하나님과 아들에 관하여 시인들이 사람들과 별로 다툼이 없이 신들에 관하여 말하는 것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관념에 있어서나(in idea), 실제에 있어서(in actuality), 그의 말씀(Logos)이신 것이다. 대개 그로 말미암아 그를 통하여 만물이 만들어진 것이고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이시다. 그리고 성령의 일체성과 능력으로 말미암아 아들은 아버지 안에 있으며 아버지는 아들 안에 있으므로 하나님의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이며 말씀이시다. 그런데 아들이라 할 때에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자세하게 알기를 원한다면 간단히 조금 더 설명하겠다. 그는 아버지의 첫 열매이시다. 그러나 그가 창조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영원한 정신(mind)이시므로 태초로부터 자신 안에 그 말씀을 가지고 계시었으며, 영원히 지혜로우시다. 그러나 그 아들은 모든 물질적 사물들에게 형상(form)과 활동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하나님께로부터 나오신 것이다.”(한철하, 고대기독교사상, 40쪽의 번역을 따랐으나 약간 수정함).
일부이지만 비교적 길게 인용했는데, 아테나고라스는 로고스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마음으로서 하나님 안에 계셨고, 이 로고스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그를 통하여 만물이 그 형상과 질서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아테나고라스는 아버지와 아들 간의 일체성을 말하고 있다. 이를 아들이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가 아들 안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성부와 성자 간의 ‘공통성’ 혹은 ‘교제’를 말하고 있다(여기서 그리스어 코이노니아(κοινωνία, Koinonia)라는 그리스어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공통성’으로 번역하는 경우와 ‘교제’로 번역하는 경우에 따라 의미가 달리질 수 있어 ‘공통성 혹은 교제’라고 하였다). 또 성령에 대해 말하면서 성령과 하나님과의 일체성을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아테나고라스는 삼위를 구별하면서도 하나라고 하는 일체성을 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테나고라스는 2세기의 가장 뛰어난 기독교사상가 혹은 기독교문필가로 불린다.
기독교 역사에서 삼위일체론 만큼 논란을 불러온 주제도 없을 것이다.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령(聖靈)은 삼위(3 Persons, 세 위격, 三位)로 존재하지만, 본질(essence)은 한 분이라는 이 교리는 오랜 논쟁을 통하여 오늘의 정통교리로 정착했지만, 삼위일체라는 말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기원후 200년경 라틴 신학자인 테르툴리아누스가 삼위일체라는 용어(트리니타스 trinitas)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논쟁 중 여러 이단적 주장들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경에 기초한 정통교리를 교회가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아테나고라스는 이런 논쟁 초기에 삼위일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백석대·역사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