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저녁 가슴을 졸이며 유튜브 생중계 화면을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꼽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2023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다.
결승 무대에 오른 것은 우리나라 전통의 강호이자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속한 ‘T1’, 그리고 중국 프로리그의 웨이보 게이밍. 긴장하며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 경기는 T1의 3:0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고 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최고 인기 스타 페이커와 T1이 7년 만에 월즈 우승컵을 되찾아온 순간이었다.
언뜻 보기에 7년은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갓 10년을 넘긴 대회의 역사에 비춰보면 짐작건대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LG 트윈스 팬들의 기다림에 비견될 만하다. 아직 20대 후반의 나이인 페이커지만 프로게이머의 수명으로는 백전노장에 가깝기에 팬들 역시 더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결승을 지켜봤다.
그만큼 간절해서였을까. 올해 결승을 앞두고 팬들 사이에서 놀랄 만한 유행이 벌어졌다. T1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일명 ‘선행 릴레이’가 시작된 것이다. 팬들은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기부를 하고 헌혈을 하는 등 T1의 승리를 위해 선행을 쌓고 인증하기 시작했다. T1 선수들 역시 이에 보답하듯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사실 인터넷 게임이 바른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된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자극적인 콘텐츠, 실명과 얼굴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환경 탓에 인터넷 게임의 채팅창엔 늘 콜로세움이 펼쳐지곤 한다. 기자 역시 게임에서 만나는 이들의 비상식적인 언행에 끓어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담은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선행 릴레이’는 시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게임 문화 속에서도 좋은 팀과 선수는 선한 영향력을 일으켜낸다. 이제는 그 역할을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이어받았으면 한다. 갈등이 팽배한 곳에서 화합을, 욕망이 가득한 곳에서 절제를, 복수의 칼 사이에서 용서의 문화를 선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