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키울 때 사람들은 농사에 비유한다. 마치 씨를 뿌리고 여러 해를 거듭하면서 노력하고 기다리는 것처럼, 희망을 가지고 계속 인내하는 것이 인간이 할 일이다. 씨를 뿌리자마자 바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사랑의 마음으로 양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농부가 아무리 완벽하게 농사를 지으려 한다 해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농부들은 자신의 기술과 노력만을 의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사람이 자신이 완벽해야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완벽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자신을 탓하게 될 것이고,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남 탓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기쁨과 감사와 충만한 마음을 찾기 어렵게 된다.
어머니가 자신의 이상을 자녀에게 투사할 때, 자녀는 무의식적인 동일시를 하며, 어머니의 욕구에 기반을 둔 삶을 살게 될 수 있다. 이럴 때 자녀는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게 된다. 완벽하게 살려고 하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만나게 돼 갈등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완벽주의로 진행된다면, 그 사람은 사랑을 결코 얻지 못하게 될 것이고, 내면은 더욱 공허하게 된다. 사랑을 얻고 싶지만, 사랑이 없어 자신을 비난하게 된다. “나는 이러이러해야 해”라며 자신에게 족쇄를 씌운다. 불안이 계속 이어지게 되고, 미로 속에서 헤매게 된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될 때, 폭식증과 거식증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상을 지향하는 사람이 자신 안에 도사리는 악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때 ‘나의 느낌은 어떠한가?’라고 물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알려고 하자. 자신이 도망치려는 현실을 꼭 살펴보기 바란다. 분석심리학자 폰 프란츠는 히브리서 1장 5절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의 품 안에서 내 몸이 온통 녹아내리면서 그에게 나는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온전하심에 이르려는 사람들이라면, 완벽하려 애쓰지 말고, 그의 품으시는 사랑 가운데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을 좇다가 현실을 잃는 일 없이, 현실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현실을 주의 깊게 깨달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그러고 나면 그 모든 과정에서 있었던 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감사로 이어지게 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수용은 감사로 이어지게 된다.
대한심리상담센터장
신지영 교수의 '하나님과 동행하는 부부생활과 자녀양육'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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