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급후진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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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급후진 트라우마
  • 김동건 선교사(GP한국선교회 대표)
  • 승인 2023.10.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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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건 선교사 / GP한국선교회 대표
김동건 선교사 / GP한국선교회 대표

급발진(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은 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급발진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운전자나 승객들은 마치 야생마나 야생코끼리를 타고 마구 내달리는 것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여기저기 여러 번 부딪히고야 간신히 멈춘다. 그런데 급발진보다 더 아찔한 것을 상상해 본다면 급후진이 아닐까 싶다. 운전자의 의도와 반대로 뒤로 마구 내닫는다면…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는 악몽을 덜 꾸는 거 같다. 군대를 다시 간다든지, 대학에서 강의실을 못 찾아 헤맨다거나, 복잡한 경제이론이 이해가 안된다든지 하는 꿈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에 급후진 꿈을 종종 꾼다. 오르막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차량의 모든 기능이 정지되고 후진으로 내리막을 내달린다.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번갈아 보며 브레이크도 밟고 애를 써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급후진 꿈은 기분이 아주 안 좋다.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것은 내 인생에 급후진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나름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며 애쓰고 있는데, 갑자기 힘이 다 빠지고 멍해지며 뒤로뒤로 추락하던 젊은 날의 시간들. 또한 현재 이미 시작된 중년의 내리막길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지위도, 재산도, 몸도, 마음도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그것도 아주 빨리 급후진할 것이다. 아마 마음 깊이 슬프고 두려웠나 보다.

지난밤에도 급후진 꿈을 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꿈이 좀 달랐다. 마구 급후진하다 차가 멈췄는데, 인도(India)의 어떤 마을 같았는데, 아이들이 엄청 많았다. 그 아이들이 금방 내 차 안에 빡빡하게 들어왔는데, 20명은 될 거 같았다. 차밖에도 아이들이 많았는데, 가련한 한 여인이 아이들을 안고 서 있었다. 너무 딱해 보여서 손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그 엄마에게 말했다. “저기서 주일에 예배드리는 데 오실래요?” 그 엄마가 표정이 조금 밝아지면서 올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안도하고 그리고 꿈이 깼다.

선교회 출근길에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선교사의 삶은 끝없는 급후진의 삶이라는 것. 대표 임기가 끝난 후에도 나는 계속 급후진하게 될 것이고, 그 여정에 나는 많은 영혼들을 만나게 될 거라는 걸, 그리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예수님에 대해 말하고, 하나님을 예배하자고 할 것이고, 교회를 개척할 거다. 그리고 급후진의 모든 날들은 주님이 운전하시는 시간이기에, 내가 운전할 때 보다 더 안전할 거고, 그 와중에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라는 것 등등 다 이해가 되었다.

나는 태국선교사로 살면서, 여러 번 하나님이 나를 인도선교사로 부르시지 않은 것을 감사했다. 앞으로 나의 남은 인생에, 내가 가고 싶지 않은 곳에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될지라도, 내가 병들고 약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거 같은 때라도,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영혼들과 하나님을 예배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 내가 조작했던 네비게이션도, 핸들도, 엑셀과 브레이크도, 방향등도, 급발진&급후진을 즐기시는 주님께 맡겨 드리고 말이다.


“부한 자는 자기의 낮아짐을 자랑할지니 이는 그가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감이라(야고보서 1:10)”

GP한국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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