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단의 신학대학원 미달이 심상치 않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 하락, 성직에 대한 외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내 최대 교단이라고 불리는 예장 합동 교단 신학대학원을 필두로 기장, 침례, 감리교, 고신, 성결 등 대다수의 교단 신대원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예장 백석과 통합이 유일하게 미달을 피하고 있다.
성직을 희망하는 지원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종교의 영향이 그만큼 약화됐기 때문이다. 세속화와 다원주의 세태, 그리고 물질만능주의가 최고의 가치가 되면서 낮고, 가난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종교의 교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잔소리ʼ처럼 여겨질 뿐이다.
시대가 이렇게 변하게 된 데에 교회의 책임은 없을까?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하고 가르쳤다면 우리 사회에 이렇게 세속화 되었을까 고민해본다. 교회가 하나님을 떠나 물질과 세상의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가르친 결과가 아닐까 자문해본다. 세상이 교회를 근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하나님 앞에 책망받아 마땅한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24일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는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 선언 20주년 기념예배가 열렸다. 이 선언은 신학교 운영자인 장종현 박사가 한국교회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하다가 찾아낸 해답이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바로 신학교육의 문제, 나아가 신학자의 문제, 그리고 신학교 운영자의 문제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20년 전에 수많은 신학자들이 이 외침을 외면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신대원에서 커리큘럼과 신학교육 개편을 논의하고 있고, 성경중심의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백석에서 시작된 신학교육의 개혁이 다른 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학문성을 강조한 나머지 정작 가르쳐야 할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고, 신학교수들의 삶이 제자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다.
이날 백석 신대원 교수들은 학문으로의 신학을 반성하고 본질로 돌아갈 것을 다짐했다. 매우 신선한 다짐이었다. 신학자들의 변화가 신학교를 변화시키고, 한국교회 강단과 목회 전반을 변화시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