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 같은 죄인 살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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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 같은 죄인 살리신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10.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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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부터 한글날까지 이어지는 장장 6일의 연휴를 맞아 강변 동서울터미널로 향했다. 할아버지가 계시는 인천을 찾아 가족들과 만날 계획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건너편 터미널을 눈앞에 두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찰나.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렸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가사는 없는 반주곡이었지만 워낙 익숙한 찬양인 터라 어느샌가 가사를 붙여 흥얼거리고 있었다.

찬양의 출처는 횡단보도 맞은편 땅에 붙어있던 스피커였다.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장애인 한 분이 스피커에 손을 얹고 엎드린 채 두리번거리며 도움을 갈구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광경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요즘은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생각, 현금을 인출해오기엔 버스 시간이 촉박하다는 생각이 그 짧은 시간 머릿속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면서 합리화를 마쳤고 시선은 이미 터미널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무너지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횡단보도를 절반쯤 건넜을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장애인에게 누군가 돈을 건넸다. 주인공은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그는 명절에 가족과 함께할 수도 없는 이방인이자 약자였고 소외된 이웃이었다. 순간 레위인도, 제사장도 지나쳐 간 강도 만난 이웃을 도왔던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놀라운 은혜에 감격하면서도 그 사랑을 나누고 베푸는 데엔 무디고 인색한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구호는 요란하나 실천은 미약하다.” 국민미션포럼 연구팀이 인터뷰했던 청년들의 교회에 대한 냉소적인 평가다. 낮은 자들, 외면받는 이들, 죄 많고 더럽다며 멸시받던 이들과 스스럼없이 함께하셨던 예수의 말씀은 달달 외우는 교회가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코로나 시대 추락한 신뢰도는 교회와 교인의 삶에 대한 냉정한 성적표다. 입으로만 거룩을 외치며 우리는 다르다고 어깨를 피는 레위인과 제사장이 아닌,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놀라운 은혜에 감격해 예수님의 시선이 향했던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마리아인이 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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