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년들과 인터뷰를 나눈 적이 있다. 청년들의 삶에 대한 질문과 함께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어떤 교회를 원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몇 청년이 ‘안전한 교회’를 이야기했다. 교회를 안전하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처음 들을 때는 정말 신기했다. 교회가 안전해야 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일지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차근차근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고, 다른 이들의 입을 통해서도 동일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들으니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교회의 안전은 세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실제적 안전이다. 실제로 교회에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난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성적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특히 목회자들이나 청년 리더들의 지위를 이용한 문제다. 최근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가스라이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재정적인 문제도 있고, 교회가 갈라져서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청년들은 이런 일에 있어서 교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둘째는 위험한 예배이다. 청년들은 요즘 예배가 두렵다. 아니 예배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예배 중에 나오는 이야기가 두렵다. 장로의 기도 가운데, 목회자의 설교 가운데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올 때 깊은 상처가 남는다. 예배를 드리러 왔는데 사회적 이슈가 튀어나오고 사회적 상식이나 젊은이들의 상식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 강요된다. 때로 그러한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잘못된 신앙이라고 하고, 강압적 분위기로 만들어 가니 마음에 걸림이 된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 자매는 사회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생기니 어른들의 이야기가 시험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 참다가 교회를 도망가듯 나왔다고 한다.
셋째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이다. 교회는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교회에 변동이 별로 없는 때에는 교인들이 대부분이 가족으로 엮이어 있다. 그런데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나오는 청년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인터뷰를 한 청년은 청년부 회장을 했는데, 어느날 청년부 전도사와 부닥치고 회장에서 짤렸다고 한다. 만약 자신의 가족이 교회를 나오고 있었으면 그랬겠냐는 말을 한다. 그래서 그 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이 자매는 이렇게 교회에 상처가 많았다. 고등부 때는 고등학생이 공부 안 하고 교회 다닌다고 집에서 잡혀서 교회를 못 간 적이 있는데 교회에서 많은 타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는 나이가 많은 청년이 되었는데 교회에서 결혼 안 한다고 뭐라 한다. 특히 설교 시간에 결혼 안 한 청년에 대해서 마치 사회적 루저인듯이 말하고,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요즘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아주 민감한 문제이다. 그런데 교회가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설교 가운데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교회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쉽게 핀잔을 준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교회에서 청년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단적인 예이다.
가끔 교회 리더들에게 교육할 일이 있으면 이런 이야기한다. ‘명절에 집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는 교회에서도 하지 마세요!’ 명절에 자녀들 모인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할 수 없다. 아이 낳으라고 잔소리도 못한다. 괜히 그런 소리하면 명절에 얼굴 붉히고 큰소리 난다. 그 집에서 할아버지가 싸움에서 이겼을지는 몰라도 그 다음 명절은 없다.
청년들이 교회를 신앙의 집으로 알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교회에도 다음 명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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