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도 예산확보 난감, "교육권 위해 협력해야"
기독대안학교들의 숙원이었던 법적 지위 확보의 근거인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하 대안교육기관법)이 작년 1월 시행돼 2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대안교육 활성화와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권 보호라는 법 취지를 무색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대안교육기관 관련 업무의 교육청 이관을 이유로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더욱이 시교육청마저 법과 제도 미비를 이유로 재정 확보에 미온적이라는 불만이 교육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간 대안교육기관 지원과 관련해 타지자체보다 솔선해온 서울특별시청과 광주광역시청은 돌연 “대안교육기관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대안학교를 지원해야 할 기관은 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조례에 근거해 2014년부터 인건비와 급식비를 비롯해 프로그램비를 지원해오던 광주광역시는 작년 10월 “대안교육기관법에 근거해 대안교육기관 지원이 시청 소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명시되어야 한다. 상위법을 위반할 수 있다”며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인건비 직접 지급 등에 소극적이었다.
광주 지혜학교 이남옥 교장은 “시청과 교육청은 공교육 학생들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책임지고 집행해야 한다. 불확실성 속에서 대안교육기관들은 운영을 고민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20년 전부터 대안교육기관을 지원해온 서울시 역시 2013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조례를 만들고 대안교육기관의 지원을 확대해왔다. 2019년에는 서울형 지원사업을 이름으로 앞선 지원정책을 도입하며 모범사례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대안교육기관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법이 시행되면서 대안교육기관 등록과 운영, 지원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되자 서울시의회는 대안도 없이 작년 8월 대안교육기관 지원에 필요한 조례를 폐지했다.
올해 1월 서울시교육청이 지원조례를 제정하면서 행정 공백을 보완했지만, 이번에는 서울시가 서울시교육청으로 이관해오던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
올해의 경우 시교육청은 서울시로부터 교육경비 약 70억원을 지원받아, 인건비, 급식비, 입학준비금 지원 등 항목으로 대안교육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직접 지원이 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내년에는 지원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자체 예산을 대폭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예산 긴축 국면에서 어느 정도 예산을 확보할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대안교육연대 전정일 대표는 “대안교육법 제정 취지대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일부 법률의 미비와 과도기 상황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고,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법률 개정과 조례 제정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9년 혜성교회가 설립한 이야기학교의 장한섭 교장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대안교육기관을 지원하는 것은 교육 다양성을 인정하는 선진국으로 도약을 의미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존중하는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대안교육의 안정성과 교육의 질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와 교육청 간 협력을 통한 지원을 요청했다.
장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 제정한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에 근거해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더불어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민, 서울시민의 자녀를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에 관한 교육권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분당샘물교회가 2006년 설립한 샘물학교의 정석원 전 교장은 “덴마크는 종교개혁가 루터의 영향을 받아 1814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했고, 1855년 자유학교(대안학교)법 제정 이후 1908년 자유학교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이 확정됐다. 국가의 책임 아래 공교육과 경쟁하며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자유학교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안학교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필요성을 제기했다.
성경적 가치관에 따른 교육을 지향하며 대안교육의 중심축을 맡아온 기독대안학교들이 뜻밖의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관심이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