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영아 지키려면, ‘보호출산제도’ 반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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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영아 지키려면, ‘보호출산제도’ 반드시 필요”
  • 이인창·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7.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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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출산법, 7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까?

‘출생 미신고 영유아’ 전수조사, 경찰 939건 수사
“익명으로 출산 가능, 아이는 국가가 지원 보호”
아동권리 침해·출산 기피 우려, 복지부 수정안도
보호출산법시민연대는 지난 6일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법안 필요성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보호출산법시민연대는 지난 6일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법안 필요성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생 기록은 있지만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영아 34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살해 가능성까지 고려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영아만도 11명이나 된다. 

보건복지부는 얼마 전 질병청, 경찰청,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출생 미신고 영유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수조사는 올해 3월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를 하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후 추진됐다. 당시 감사원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한 미신고 아동은 2,236명으로 확인하고, 이 중 1% 23명에 대한 무사 여부를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23명 중 3명이 살해 또는 사망하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7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시도 경찰청에 접수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은 1,06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망 11건, 소재 불명 782건, 소재 확인 146건 등 총 939건에 대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연일 미신고 영아의 사망과 유기, 학대 관련 뉴스가 보도되면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보호출산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보호출산제와 병행해야”
이번 전수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미신고 영유아의 생명을 보호할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대한민국 민낯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에서 가결된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출생통보제’는 일년 후부터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해, 이른 바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또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도록 하고, 낳은 아이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로 7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지 관심이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사랑공동체 대표 이종락 목사와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오창화 집사 등을 주축으로 ‘보호출산법 시민연대’가 결성된 가운데 그동안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진행해온 ‘보호출산제’ 입법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전국입양가정연대에 따르면, 2012년 입양특례법이 만들어지면서 강제출생 신고제도가 도입됐고,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해 출산 아동수와 유기 아동수 비율을 따져본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두 배 이상 유기아동 비율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출생신고를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임산부들을 노리는 불법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보호출산법 시민연대는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제도로서 보호출산제의 병행 입법이 필요하다”며 “법과 제도의 문제로 희생당하는 아이들이 더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입법부가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종락 목사는 “출생신고 사각지대에 있는 미혼모가 극단적인 시도를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태아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출산보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기독교계 시민단체도 법 촉구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법안은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2020년 12월 발의했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출생통보제를 의결한 국회 결정을 환영한다. 병원에서 출생한 영아를 보호하는 출생통보제와 함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산모를 보호하고 아이들을 국가가 책임지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보호출산법 시민연대는 지난 6일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박리현 대표는 “출생을 꺼리는 부모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2012년 출생신고제의 시행 이후 많은 아동이 유기되고 있다”며 ‘보호출산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K프로라이프 송혜정 대표는 “출산을 숨기고 싶은 부모들이 의무적으로 출산을 통보해야 하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 않게 될 것”이라며, “병원 밖에서 위험한 출산을 할 수 있다. 어린이의 생존권과 산모의 익명성을 함께 보장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스더기도운동 이예진 간사는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보호출산제는 2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그동안 영아살해, 영아유기, 낙태, 병원 외 출산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산모와 영유아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에 국회의원들이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반대의견, “아동권 지켜져야”
반면 보호출산제의 부작용에 대한 입장도 존재한다. 보호출산제가 아동들이 친부모에 대해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임신부가 양육을 쉽기 포기하도록 하는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며 반대하는 것이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은 “미혼모들이 양육을 결심하고 입양을 보낸 후에도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미혼모 출산 기록이 비밀이 된다면 경제적 부담과 주변 시선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아이와 헤어지는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고, 가능한 자기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갖는다”, “당사국은 국내법 및 이 분야의 관련 국제 규범에 따른 의무에 근거하여, 특히 무국적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의 권리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이러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반대 단체의 입장이다.

이런 논란 때문에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호출산제를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보호출산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찬반 논란을 고려해 최근 수정안을 만들기도 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보호출산제가 적용돼 태어난 사람이 성인이 되면 아동권리보장원장에서 친부모 인적사항 등 출생정보가 담긴 ‘보호출산증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친부모가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사항을 제외한 정보만 공개된다. 단 의료목적 등 사유가 있다면 전부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가 출생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윤실은 “모든 생명은 그 생명이 처한 조건에 관계없이 보호받아야 한다. 특히 스스로의 생명을 지킬 수 없는 영유아 및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더 많은 보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근본적인 대안을 요청하면서, “교회 역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가장 약한 생명을 지키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여야는 7월 임시국회 일정을 10일 개회로 정하고 18일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대법관 인사청문회 등 첨예한 안건이 산적한 가운데 보호출산제가 입법화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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