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 호프 이어 다섯 번째 선교선 둘로스 호프 출항
배 사역 함께할 선상 선교사 절실… 2년간 20개국 방문
바다 위에서 전 세계를 돌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배가 있다. 떠다니는 유엔(UN)이라고도 불리는 OM의 선교선 ‘로고스호프’는 지금껏 140여 곳을 방문해 9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배가 정박하는 항구마다 사람들이 물밀 듯 몰려왔고 이들의 사역을 통해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접했다.
배를 움직이는데 가장 필요한 자원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충원되는 인원이 줄어 선교선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OM은 지난 9일 사랑의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4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을 찾은 로고스호프 선상선교사들과 선교선 사역을 소개하고 선상 선교사의 삶에 함께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한국OM 대표 조은태 선교사를 비롯해 로고스호프 단장을 역임했던 박필훈 목사, 로고스호프에 탑승하고 있는 마테우스 목사, 아델린, 벤자민, 황혜연 선교사, 한국OM 부산울산경남 지부장 문형식 선교사가 함께 했다.
5천만명 만난 선교선
OM 선교선의 역사는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최초의 선교선 로고스(Logos)가 출항하며 바다를 통한 세계 선교의 비전이 시작됐다. 로고스는 17년 동안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후 1977년 출항한 둘로스(Doulos)가 2010년까지, 1989년 출항한 로고스Ⅱ가 2008년까지 사역했고 지금은 네 번째 선교선인 로고스 호프(Logos Hope)가 2004년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시동을 끄지 않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다섯 번째 선교선인 둘로스 호프(Doulos Hope)가 출항해 로고스 호프의 짐을 나눠 받았다. OM의 선교선들이 약 50년간 방문한 국가는 151개국 480여 개 항구, 배를 찾은 방문객들은 누적 5천만 명에 달한다.
로고스 호프가 45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세계 최대 선상 서점과 홀까지 갖춘 요새라면 둘로스 호프는 최전방을 헤집는 돌격선에 가깝다. 수용 인원이 165명으로 규모는 로고스 호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작고 날렵하기에 로고스 호프는 가지 못하는 얕은 호수나 강이 있는 마을에 진입하는데 최적화돼있다. 둘로스 호프는 이런 강점을 활용해 강이 많은 아시아 지역과 태평양 섬 지역의 미전도 종족을 향해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지식, 도움, 그리고 구호
선교선의 사역은 지식과 도움, 구호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글로벌 시대, 인터넷 시대라고는 하지만 세계에는 여전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정보화 사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국가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떠다니는 서점이라는 별칭답게 5천여 종, 50만 권에 달하는 책을 보유하고 있는 로고스 호프의 방문은 그런 국가들에게 있어 가뭄의 단비다. 신앙 서적뿐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 서적,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구비해 많은 이들이 선박을 찾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문화사역도 활발히 전개한다. 황혜연 선교사는 “로고스 호프에는 60여개국에서 온 350여 명의 선원들이 있다. 배가 방문하는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며 각자의 문화를 공유하고 나눈다. 그 나라에 어떤 필요가 있는지, 또 어떤 이슈가 화제인지 조사하고 컨퍼런스나 워크숍을 연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선교선은 항구를 방문할 때마다 2~3주 정도 머물면서 현지 사회와 교류한다. 로고스호프가 몬테네그로에 정박했을 때 남아프리카 출신 아델린 선교사는 힙합 댄서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같은 꿈을 가진 현지 청소년들을 만났다. 함께 댄스팀을 구성해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청소년들은 매일 배에 올랐고 자연히 복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는 가장 먼저 달려가 아낌없이 나눈다. 배 안이나 항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 학교를 건축하거나 페인트 칠을 하기도 하고 물이 부족한 곳에는 간이 정수기 키트를 보급한다.
마테우스 목사는 “지역사회에서 구호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난다. 시력을 측정하고 무료로 안경을 배포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부식된 학교 건물을 건축하거나 페인팅하는 일도 맡는다”면서 “캐리비안 해안에 있는 셍빈센트라는 섬에 화산이 폭발한 일이 있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원래 목적지가 아니었음에도 긴급히 달려갔다. 현지 주민들은 식수원이 화산재에 덮여 제대로 물을 마시지도, 씻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배 안의 정수 기능을 활용해 5천 리터의 물을 공급했고 간이 정수기를 배급했다. 구호는 우리의 믿음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리더 양성의 장
이 모든 사역의 핵심 동력은 결국 사람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배에 승선하는 선상 선교사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 새로운 선교사가 충원되는 2월과 9월엔 모집되는 선교사보다 사역을 종료하는 선교사가 더 많은 상황. 현재 로고스 호프에는 100명 정도의 선상 선교사가, 올해 출항한 둘로스 호프에는 약 70명의 선상 선교사가 보충돼야 하는 실정이다.
로고스 호프에서 인사부를 맡고 있는 마테우스 목사는 한국교회 청년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그는 “인사부 담당자로서 선상 선교사 지원자들과 인터뷰를 한다. 그럴 때마다 한국인들을 만나면 항상 목적과 방향성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상 선교사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도 한국인 선교사들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면서 “하나님 안에서 놀라운 모험을 기대하고 경험하고 싶은 청년들을 초대한다”고 당부했다.
OM의 선교선은 수많은 청년들에게 선교적 영감을 불어넣는 통로이기도 하다. 한국OM 대표 조은태 선교사 역시 선교선을 만나 선교의 길로 뛰어든 수혜자 중 한명이다. 조 선교사는 “저 역시 선교선을 만나 전임 선교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배에 타 있는 2년 동안 약 17~20개국을 방문하고 배 안에서 70여 개국의 사람들과 교류한다. 글로벌 리더로 세워지기 위한 준비과정에 선교선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력하게 추천했다.
배에 탄 선상 선교사들은 매일 아침마다 영성훈련과 나눔을 진행한다. 이들을 위한 제자훈련 커리큘럼도 마련돼 있다. 무엇보다 배 운영을 위해 필요한 각 부서에서 일을 하고 현장에서 훈련하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이론 이상의 제자도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교선 탑승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있다. 다름 아닌 영어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에 대해 조은태 선교사는 “선교선에 지원한 분들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3개월간 집중 언어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을 받고 배에서 매일같이 영어를 듣고 말하다 보면 영어 실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선교선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생동감 있는 현장에서 호흡하고 싶은 이들은 한국OM에 문의하면 된다. 올해는 오는 10월 7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