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때는 이주민 노동자였다. 1960년대부터 10여 년에 걸쳐 독일의 지하 밑바닥에서 석탄을 캐내던 광부들과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했던 간호사들이 그랬다. 중동에서 건설 붐을 이끌었던 이들 역시 우리의 아버지이자 형제였고 이웃이었다. 낯선 곳에서 가장 위험하고 힘든 현장에 있던 그들은 이주 노동자를 바라보는 차별과 하대 역시도 감당해야 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수는 훨씬 많아졌지만 소위 3D 업종이라 불리는 힘든 일을 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제는 한국의 3D 업종을 대부분 개발도상국 출신인 이주민 노동자들이 감당하게 됐다.
우리 역시 이주민 노동자의 고초를 경험한 만큼 우리 안의 그들을 향한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더군다나 땅끝까지 복음을 전할 사명을 품은 크리스천이라면 우리 곁에 다가온 ‘땅끝’을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될 일. 국경을 건널 수 없던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이주민 선교가 이 시대의 핵심 선교 전략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상임대표:문창선, KIMA)가 글로벌디아코니아의 의뢰로 ‘국내 이주민선교 기반 구축을 위한 대상별 선교 전략 개발’을 연구하고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된다.
미래가 될 다문화사회
다문화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단일문화가 익숙했던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일일지 모르겠으나 선교라는 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얘기가 다르다.
허은열 목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세계화, 출산율의 저하로 인해 이주민들의 유입이 계속될 것이다. 이는 곧 한국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역동성 있는 선교 현장이 된다는 의미”라며 “지금까지는 보내는 선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밖으로 나가는 원심적 선교와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향한 구심적 선교를 병행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결혼 이민을 통해 생성된 다문화가정은 주목할 만하다. 일정 시간 한국에 머물다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 노동자나 유학생과는 달리 앞으로 평생 한국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렇기에 이들을 향한 선교 전략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허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결혼 이주민들을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하지만 결혼 이주민 선교를 위한 교회와 선교단체, NGO의 역할은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도 결혼 이주민의 현실과 동떨어지는 인원동원과 보여주기 위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결혼 이주민은 장차 한국 사회에 정착해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한국교회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새로운 선교적 해석과 이들을 선교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혼 이주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분야는 아무래도 자녀 양육 문제다. 한국사회는 자녀 양육에 있어 어머니의 역할이 큰데 반해 결혼 이주여성들은 한국의 교육체계와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툰 한국어로 인해 자녀들이 모국어를 결정하는데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를 위해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사역으로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평생교육원을 열어 한국어 교육과 국적 취득을 돕거나 직업교육과 자격증 취득 과정을 통해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안이 있다.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2세를 위해 작은 도서관을 개설해 자연스레 언어와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다문화 2세들을 전문 사역자로 양성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허 목사는 “다문화 2세들은 두 문화를 모두 경험하고 이중 언어가 사용 가능한 장점이 있으며 다문화 1세대보다 복음에 열려있는 경우가 많다”며 “미래 선교 자원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리한 상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 섬기며 복음 흘러가도록
2018년 5월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 500명은 우리 사회에 ‘난민’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동안 우리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난민 문제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낯선 이들의 방문으로 한때 우리 사회는 난민 수용 찬성과 반대로 국론이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정치 등 특정 사유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1994년 난민 신청 접수가 개시됐지만 20년이 지난 2013년 말까지 난민 신청자는 누적 5,58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난민 신청이 급증하면서 난민 누적 신청자는 5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교회가 난민을 섬겨야 하는 근거는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성경에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으로부터 아브라함, 야곱, 요셉, 모세, 룻 다윗, 흩어진 초대교회에 이르기까지 난민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일까. 성경에는 나그네를 대접하고 섬기라는 구절들을 어렵지게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선교 전략적 관점에서도 교회가 난민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선교사들이 표면적으로 활동하기 힘든 이슬람국가나 공산국가 등 전방개척 지역 출신의 난민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가장 이슈가 됐던 예멘만 해도 이슬람 국가로 현지에서 선교사들이 드러내놓고 활동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오면서 자연스레 복음을 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의 곤궁한 상황을 이용해 개종을 압박하거나 그저 전도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비극을 경험한 이들을 보며 단순히 국외로 나와 복음에의 접근성이 좋아졌으니 선교의 기회라고만 여기는 것은 사안의 일면만 본 것”이라며 “이들이 난민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든 전쟁과 박해를 발생하게 한 인류의 죄악을 함께 회개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난민들의 헤아릴 수 없는 고통에 우선 공감하며 위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해 우리나라를 찾은 이들인 만큼 교회의 난민 사역도 지원에 집중된다. 특히 황급히 고국을 떠난 이들을 위한 체류와 주거 지원이 급선무. 실제로 예멘 난민들이 호텔에 머물다 돈이 떨어져 공원이나 해수욕장에서 노숙을 하자 제주도 내 몇몇 교회가 문을 열어 숙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주거가 해결된다면 다음은 생계와 취업, 건강과 교육이 과제다. 이를 위해 교회는 교회 내 일자리를 마련하거나 취업 자립센터를 통해 사회적 일거리를 개발할 수 있다. 한국어 교실 운영은 난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면서도 교회 역시 난민들을 만나며 선교할 수 있는 접점이 된다.
허은열 목사는 “예멘 난민 사태를 계기로 한국교회 성도들이 전반적으로 난민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난민선교에 대한 관심이 저조함이 드러났다. 먼저는 교회가 난민선교를 교회의 책무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교회와 선교단체, 기독교 NGO를 아우르는 난민 네트워크 결성이 필요하다. 이 땅에 온 난민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적극 전하는 일과, 난민들의 상한 마음과 영혼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위로하는 일에 균형을 갖고 동시에 감당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