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숙 권사님은 삼성생명 보험회사 소장으로 정년퇴직하시고 여의도에서 부천으로 이사와 저와 우리 교회를 만나, 거의 30여 년을 함께 하시는 분입니다.
30대 초반에 개척한 젊은 목사, 어린 자매 둘을 키워야 하는 사모 곁에서 교회 여전도사 역할을 하며 10여 년간 봉사해 주셨습니다.
지난달 제주도에 안나구역 어르신들과 함께 다녀왔는데요. 올해 85세가 되신 최재숙 권사님은 늙은이들이 함께 다니면 괜히 동행하는 분들에게 폐만 끼치게 돼서 못 간다 하시는 걸, 진명자 전도사님과 정순애 전도사님이 같이 가셔야 한다고 권면하고, 최 권사님도 내 인생에서 목사님과 마지막 비행 여행이 될 것 같아 동행하셨습니다.
권사님은 제주도를 다녀와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셨구요. 전화 통화로 “목사님~ 제가요, 하나님! 살려주세요~” 하고 기도했어요.
“교회가 이 늙은이들을 위해 한 행사인데, 이런 걸로 제가 잘못되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하나님께 이런 코로나로 죽기 싫다고 살려달라고 했어요~’”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최재숙 권사님으로부터 코로나를 잘 이기고 있다는 카톡이 왔습니다.
최재숙 권사님의 카톡 중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해질녘 품꾼’이라는 단어였습니다.
대부분 나이 들고 노년이 되면 건강부터 챙기기도, 좀 더 여유로운 노후를 꿈꾸기도, 먹고 사느라 바빠 다니지 못했던 여행도 생각하고, 즐기지 못했던 취미 생활을 생각하기도 할 텐데요. 최재숙 권사님은 ‘해질녘 품꾼’으로 불러 주셔서, 다시 제2의 인생을 주님의 몸 된 교회와 젊은 교역자를 돕게 하신 은혜에 ‘찐’으로 감사하고 계셨습니다.
사실 우리들의 삶이란 나이 들어 낡아지기보다, 주님께 쓰임 받아 닳아지는 게 더 행복한 건데요. 우리 안위만을 먼저 생각하기도, 또 그런 기회를 얻기도 어려워 닳아지기보다는 낡아지는 게 대부분 아닐까? 그런 생각이 그냥 들었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