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 없이 시작하면 지속 가능성 현저히 저하
선교사는 곧 신학을 공부한 목사라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일반적인 종교 비자로 활동할 수 있는 나라의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평신도 선교사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졌다. 동시에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현지인과 소통하며 사역비도 충당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선교, 즉 BAM(Business As Mission)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여기저기서 BAM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교의 대안으로 지목하지만 정작 냉정한 분석과 실패에 대한 조언은 부족했다. 더 이상 귀한 선교 자원을 대책 없이 현장으로 내몰 수는 없다. BAM 선교 연합체 IBA(사무총장:이다니엘 목사)는 지난 2일 열매나눔재단에서 ‘BAM 포커스’를 ‘글로벌 선교’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선 모두가 외면하고 싶어 다뤄지지 않았던 예민한 주제, ‘실패’에 초점이 맞춰졌다.
BAM은 임기응변이 아니다
오프닝 발표에 나선 IBA 사무총장 이다니엘 목사는 ‘전통 선교사들이 비즈니스 선교로 전환할 때 실패를 겪는 이유’를 나누면서 “급하게 준비하면 탈이 날 가능성이 높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즉 눈앞에 닥쳐서가 아니라 평소에 차근히 비즈니스 선교로 전환할 준비를 쌓아가야 한다. 비자에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 선교로 전환하려 한다면 그때는 늦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한국 선교사들은 비즈니스와 선교 중 선교, 즉 복음전도와 교회개척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다니엘 목사는 비즈니스의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즈니스가 선교보다 더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왕 비즈니스 선교를 하기로 했다면 제대로 해보자는 얘기다.
이 목사는 “비즈니스 선교를 해보겠다고 3개월 바리스타 훈련, 3개월 미용 훈련을 받고 현지로 떠나시는 분들이 있다. 급하게 익힌 기술은 임기응변에 불과하고 오래 갈 수 없다. 현지인도 찾지 않고 한인들에게도 외면받는다”면서 “‘비즈니스 선교’라고 해서 비즈니스를 단순한 옵션으로 생각한다면 절대 지속될 수 없다. 비즈니스 그 자체만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제대로 된 비즈니스 선교 역시 가능해진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지속 가능성은 아주 기본 중 기본이다. 그 위에 무엇을 쌓을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구멍가게를 넘어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도 살아남아 고용을 확대하고 이익을 유보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듯 비즈니스를 강조했지만 그저 사업에 머무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가 도전하는 분야는 분명 비즈니스가 아닌 비즈니스 선교이기 때문. 이 목사는 “자기 밥줄을 위한 장사는 BAM이라고 부르지 말고 생계형으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비즈니스 따로, 선교 따로, 혹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제대로 된 비즈니스 현장을 꾸리면서 그 안에서 선교적 삶이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BAM이 선교 전략의 메인 테이블에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아직 성속이원론에서 벗어나지 못해 비즈니스는 선교가 될 수 없다는 주변의 시각, 이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가 기존의 선교 후원 및 파송 관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비즈니스와 선교라는 두 요소의 통합이다.
이 목사는 “BAM이란 지속 가능한 수입을 내는 실제 비즈니스이면서 하나님 나라의 목적과 관점과 영향력을 가지고 영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변혁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급격하게 변화되는 선교지 환경 가운데서 BAM의 전략적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즈니스 전문성을 BAM 현장에서 활용한다면 보다 더 효과적인 사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BAM 위해선 진짜 비즈니스 해야
바통을 넘겨받은 김진수 대표(캐나다 GITXM)는 ‘BAM의 실패 원인과 선교의 사고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대부분은 사업을 하며 실패를 겪는다. 성공담은 배움을 주지 못한다. 실패를 줄이려면 성공담보다는 실패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은 입에 오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BAM 장에서 실패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실패한 경우가 없어서가 아니다. BAM의 확장을 위해 주로 성공한 이야기만 해왔기 때문”이라며 “진정한 위로는 실패를 인정하고 그 실패에서 배움이 있을 때 가능하다. 실패 시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정히 분석하고 그 실패를 나눌 때 진정한 배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패 예찬론자인 그 역시도 많은 실패를 겪었다. 선교지에서 원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자연스레 BAM이라 불렸다. 그 과정에서 Mdv 과정 신학생을 약 9개월 동안 파송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돌 제거 사업에서도 4년이 지나며 손익분기점을 지나고 흑자가 생겨 원주민을 사장으로 세우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일반 회사를 창업하면 성공 가능성이 5%라고들 한다. 그런데 BAM 창업은 성공 가능성이 0%에 가깝다. 폐업해도 될만한 비즈니스를 후원금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원금이 없다면 아마 99%가 1년 이내에 폐업할 것이고 후원금으로도 5년 이상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 회사라면 이런 회사에 투자할 리가 없다”면서 “결과에 책임지지 않고 시작하게 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성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BAM의 실패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는 진실성 부족이다. BAM에서 진실성이 부족한 분야는 주로 선교보다는 비즈니스쪽에 가깝다. 선교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방패막으로 시작하는 비즈니스는 이제 대부분의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재능 부족도 한 원인으로 꼽혔다. 김 대표는 “비즈니스는 특수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 부지런하고 생각하면서 일하는 사람이 특화돼있다. 저축에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힘들다. 이는 단순히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돈의 무게가 없는 것도 문제다. 후원금으로 하기에 실패해도 그만이라고 여기고 배우질 못한다. 후원금을 사업 투자금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집중력이 부족한 것도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비즈니스와 전통적인 선교를 동시에 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선교사가 BAM을 하고자 한다면 비즈니스가 안정궤도로 들어서기까지 선교는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이런 사고의 변화가 없이는 이 일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사업을 결코 만만히 바라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비즈니스가 자리를 잡았다면 이익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이익의 정절한 배분이 필요하다. 장래성장과 유지를 위한 저축, 오너에게 배당금 지불, 직원들에게 성과급 보너스 등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익이 발생할 때도 이익금의 40% 이상을 기부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이익금은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동력이 돼야 한다. 지나친 기부는 오히려 해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AM을 시작함에 있어 고려할 요소도 있다. 선교사가 후원금으로 BAM을 시작할 경우 소유의 주체가 후원교회 또는 단체인지 선교사인지 정리가 필요하다. 1세대는 헌신으로 시작했다 해도 다음세대로 이어질 때는 비즈니스 자체의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업 시작부터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
김 대표가 성공률이 0%라는 극단적인 비유를 들었을 만큼 선교지에서의 BAM은 쉽지 않은 일.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고 우리나라와 다른 환경에서 좋은 노동력을 찾기도 어렵다. 해외에서 현지인들과 일하며 고용과 해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는 “아이템 발굴에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가지를 성공하면 다음 스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용 시 기독교인에 대한 특혜를 배제해야 공정하고 인정받는 사업이 된다. 해고를 할 때에도 적대적인 관계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선교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지상명령을 주시며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하셨다. ‘지키게 하라’는 것은 곧 ‘살아가게 하라’는 것이며 살아가게 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것을 보여줄 때 가능하다”면서 “지금의 선교와 기독교인의 문제는 살아가지 못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것에 있었다. 총체적인 선교를 위해서는 다른 달란트를 가진 사람들과 같이 일하며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