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전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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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전화 이야기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3.04.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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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45)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김혜자 님의 <생에 감사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김정수 작가가 쓴 500회가 넘는 ‘전원일기’는 한 편 한 편이 다 명작이었습니다. 그중에서 248회 ‘전화’ 편은 최고의 방송으로 남았습니다.

김 회장 집에 처음 전화를 설치했을 때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할머니(정애란)도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보고 가족들 모두 목소리 듣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립니다. 옆집 일용 엄마(김수미)까지 와서 통화를 합니다.

내가 연기한 김 회장의 아내 이은심은 전화가 너무 신기합니다. 밤이 되어 자다 말고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화기를 들어 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여보세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 주세요. 감실댁이라고 하면 잘 알아요”

마침 그날이 친정엄마 제삿날이어서 죽은 엄마에게도 전화를 걸 수 있을까 싶어서 전화기를 들고 말합니다. 다이얼을 돌리지 않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전화기 저편으로 엄마를 불러봅니다.

“가르마가 반듯한 머리가 얌전하시고, 맵시가 날씬하시고 왼손 손톱 한 개가 짜개지신 양반이에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 주세요. 못 찾으면 소식이라도 좀 전해 주세요. 막내딸 은심이가 아들 낳고 딸 낳고 잘 산다고 아무 걱정 마시라고, 그 소리 좀 꼭 전해 주세요.
향남리 사시던 울 어머니 감실댁이요… 은심이가 꼭 한 번만 보고 싶다고… 깜깜한 데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추운 데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어머니 계신 데가….”

일찍 시집와서 엄마가 너무 그리운 여자입니다. 순수한 사람이니까 죽은 엄마에게도 전화를 걸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정말 비현실적이고 꿈같은 이야기지만 나는 그 신이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이야 유치원 아이 손에도 핸드폰이 들려 있고,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하고도 얼굴 보고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꼰대’라 불리는 사람들이 살던 시대의 전화기는 웬만한 사람들은 꿈도 못 꿀 거금이었고, 집안의 재산이기도 했습니다. 시골 마을엔 겨우 전화 하나가 있을 둥 말 둥 했구요.

그 전화기가 처음 집으로 들어오던 날, 막내딸 은심이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전화기로 찾는 장면이었습니다.

세상은 정신없이 발전하고 빨리 돌아가긴 하는데요. 왜 이리 삶은 더 빡빡해지는지요. 세상의 지식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는데요, 왜 이리 사람 냄새나는 그런 삶이 더 그리워지는지요.

세상과 똑같이 영악한 모습으로 살기엔 너무 세월이 갔고, 그렇게 머리 회전이 빠르지도 못해, 전원일기 ‘전화’ 편 같은 장면이 나오면 그냥 ‘울컥’하는 그런 모습을 아직 갖고 있는 그런 꼰대 목사입니다. 그런 장면이 그리 정겨우니 분명 꼰대죠. 이 글에 맞습니다. 동의하는 마음이 혹 드시나요? 그럼 그대도 ‘꼰대’라 부르고 싶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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