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특집] “생명을 약동시키는 일, 부활을 믿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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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특집] “생명을 약동시키는 일, 부활을 믿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 손동준·정하라·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4.10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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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절 특집 //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 사람들
네 평 남짓의 작은 공방이지만 이곳에선 죽은 악기도 다시 살아난다. 실로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이다.

“쓸모없는 분진이요? 저에겐 악기 살리는 보물입니다”
샤론현악공방 대표 김학영 장로



부러진 기타도, 불에 탄 첼로도 그의 손길이 닿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자기 소리를 낸다. 샤론현악공방 대표 김학영 장로(삼양중앙교회) 이야기다. 부활절 특집으로 ‘생명을 숨을 불어넣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을 정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가 바로 김 장로다. 

그와의 첫 만남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식 축가 부탁을 받고 모처럼 장롱 위에 처박혀 있던 기타를 꺼냈는데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기타 소리도 문제였지만 넥이 휘면서 장력이 강해졌고, 코드 잡기가 영 어려웠다. 그때 수소문해서 찾은 이가 바로 김 장로가 운영하는 샤론현악공방이었다. 이미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숙대입구 샤론현악공방 하면 알아주는 수리점으로 통했다. 특히 크리스천 연주자들에겐 삼일교회 앞에 있는 실력 좋고 믿음 좋은 장로님이 운영하는 공방으로 유명했다. 

김 장로의 손을 거친 기타는 휘어진 넥만 바로잡은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난 흠집까지 말끔하게 손질돼 있었다. 소리에 영향을 줄 만한 부분뿐 아니라 미관상 좋지 않았던 곳까지 수리하자 마치 새 기타가 된 것 같았다. 

7년 만에 공방을 다시 찾았다. 가끔 SNS를 통해 안부를 묻긴 했지만, 직접 만난 건 오랜만이었다. 네 평 남짓한 작은 공간, 나무 소재를 활용한 실내장식은 여전히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거기다 은은한 찬양까지 흐르니 절로 은혜가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이날도 어린 소녀가 엄마와 함께 악기를 찾으러 왔다. 김 장로가 자신이 고친 바이올린을 켜 보였다. “고친 정도가 아니고 전보다 소리가 더 좋아지지 않았어요?”하고 묻는 그의 얼굴에 자부심이 뚝뚝 묻어난다. 악기를 건네받은 아이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한가득하다. 

김 장로는 맡겨진 물건이 더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로 새롭게 태어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악기를 만드는 것 이상의 성취감을 주는 것이 바로 수리라고 했다. 특히 훼손 정도가 심할수록 ‘살리고 싶다’는 열망을 느낀다고 했다. 넥이 불에 탄 첼로, 바디에 구멍이 난 기타 등 남들은 다 포기하라고 하는 악기일수록 그의 열정을 자극한다. 이걸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난감하고 어려운 작업도 많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지혜를 주셨다고 했다. 간혹 “이걸 내가 한 게 맞나?” 싶을 정도의 놀라운 결과물을 얻기도 한다.

30년이 넘도록 현악기 수리 외길을 걸어온 그가 자랑하는 특별한 비법이 한가지 있다. 바로 흑단 가루를 사용해 악기의 파손된 홈이나 구멍을 메우는 기술이다. 보통 나무를 주재료로 하는 악기들을 다루다 보니, 수리 과정에서 사포질이 빠지지 않는다. 그때 나온 분진들을 소중하게 모아두었다가 사용한다. 일반 작업자들에게 분진은 그냥 불면 날아갈 ‘먼지’에 불과하지만 김 장로에게는 보석 같은 재료다. 건축자의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된다는 시편의 말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편 모든 능력이 하나님에게서 왔기에 언제나 은혜를 구한다는 그는 새벽기도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신앙인들의 악기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인지 아무래도 예배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고 했다. 믿지 않는 이들이 오더라도 전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악기를 고친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기도 하는데, 올해도 많은 전도의 열매가 맺히기를 기대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명진숙 사모(성은교회)는 ‘생명보듬교육’ 강사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살 위험에 있는 이웃을 돕도록 교육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명진숙 사모(성은교회)는 ‘생명보듬교육’ 강사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살 위험에 있는 이웃을 돕도록 교육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자살 예방, ‘새 생명’ 선물하는 일”
라이프호프 생명보듬교육 명진숙 강사


하루 평균 36.6명, 한해 1만3천35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특히 10대~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10대 사망원인 중에서 ‘자살’ 비중이 43.7%에 달한다. 이미 이 땅에 태어난 생명을 보듬지 않으면, 저출산 극복을 향한 한국교회의 외침은 그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이 주변인의 자살 징후를 알아차리고,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일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일과 같다.

명진숙 사모(63·일산 성은교회)는 ‘생명보듬교육’ 강사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살 위험에 있는 이웃을 돕도록 교육하기 위해 초·중·고 학교와 군부대 등에서 자살예방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는 “예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생명을 주신 예수님은 우리가 신자로서 더욱 ‘풍성한’ 삶을 살기 원하신다.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사람들이 치유와 생명을 얻고, 더 나아가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생명보듬이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일산 성은교회의 사모인 그는 주일학교 교육부서를 오랫동안 담당하면서 ‘청소년 자살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사역자의 아내로서 목회자인 남편을 돕는 일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교회의 성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유가족을 위한 목회적 돌봄을 고민하면서 라이프호프가 주관하는 2015년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전문강사로 활동하게 됐다.

“자살예방 강사로 활동하면서 목회자인 남편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사역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생명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세상에 만연해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우리의 의지가 아니듯 세상을 마감하는 것도 우리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강의를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교육만으로 모든 자살을 100%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의를 하면서 자살의 징후나 낌새가 느껴지는 친구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질문과 비언어적인 표현에 최대한 반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청소년을 대상 강의에서 큰 트라우마가 있는 학생의 경우 눈을 못 마주칠 정도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강의가 끝난 뒤 감사하다고 진심 어린 피드백을 전할 때 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인의 관심이다. 그리스도인이 생명을 지키는 ‘라이프키퍼’가 되어 주변에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위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도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위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로 “자살예방은 일부 사역자들을 위한 전문 사역이 아니라, 모든 성도가 동참해야 할 생명 살리기 운동”이라며, “강의를 듣는 이들이 학교 안과 군대, 그리고 직장 안에서 ‘생명보듬이’가 되어 가까운 이웃을 돌아볼 때 이들을 통해 생명존중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활절을 맞아 그리스도인들부터 생명의 주체가 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을 주변 이웃들에게 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경호 대표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이 만드시고 보기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던 세상을 이 땅에서도 구현할 책무가 있다”고 말한다.
송경호 대표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이 만드시고 보기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던 세상을 이 땅에서도 구현할 책무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세계도 회복이 필요합니다”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숍 ‘더피커’ 송경호 대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이가 있다. 국내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가게의 문을 연 더피커(thepicker) 송경호 대표(36세·오륜교회)가 그 주인공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흔히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상품의 재사용률을 높이는 운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생수병의 라벨을 제거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송 대표가 더피커를 차릴 때만 해도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은 낮은 수준이었다. 더욱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환경보호’란 컨셉은 다소 매력적이지 못한, 비주류였기에 창업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더피커를 세상에 선보인 건 신앙에 근거한 신념 덕분이었다. 

“저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볼 때마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있을까!’라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상기후가 생기고 하늘이 예쁜 날도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하나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터를 황폐해지도록 방치하는 것 또한 ‘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더피커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전부 나무와 철 등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포장지도 없고 담아갈 비닐봉투는 손님이 직접 가져와야 한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답게 제품군 또한 비누부터 칫솔·손수건·빨대·양말까지 다양하다. 쌀과 오트밀 등 곡물들은 투명한 유리통에 담겨져 있고 손님들은 각자 챙겨온 용기에 필요한 양만큼만 담는다.    

약간의 불편함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송 대표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시킬 ‘건강한 소비’에 대한 철학을 소신껏 밝혔다. 

그는 “오늘날 환경문제는 편의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 예로 스마트폰에 손가락만 까딱 하면 모든 상품들이 집 앞으로 배송되는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환경오염은 더욱 심각해졌다”며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에 송 대표가 주목한 대안이 바로 제품의 생산과 폐기가 맞닿아 있는 ‘자원의 순환’이었다. 쉽게 말해 그는 하나의 물건이 만들어지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전 과정을 생산·유통·판매·사용·폐기 등 다섯 단계로 나누고, 이를 ‘물건의 생애주기’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모든 단계에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제로 웨이스트의 가치를 점검한다. 가령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 발생이 혁신적으로 적은지, 소분 포장 없이 유통이 가능한지, 포장 없이 판매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또 버려질 때 자원이 친환경적으로 순환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피커는 사용 단계에서도 물건을 수리해서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송 대표는 이를 두고 물건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라고 일컬었다.  

그는 “하물며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는 채소라도 물에 담궈주거나 흙에 심어주면 다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무엇이든 귀한 생명이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며 “시장에서 플라스틱과 비닐에 쌓여 공산품처럼 판매되는 채소를 볼 때는 느낄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물론 깐깐한 기준들을 충족시키는 생산자들과 조력자들을 만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처음 오픈하던 무렵을 “황무지에서 깃발을 들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하기도. 

그렇지만 뿌듯한 순간도 많았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과는 대척점에 서있다고 여겼던 기업체들도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고 많이 방문해주고 있다”며 “‘환경보호’를 두고, 서로를 정죄하며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교집합을 갖고 건강하고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갈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이 만드시고 보기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던 세상을 이 땅에서도 구현할 책무가 있다”며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곧 ‘생명’이다. 이 생명이 충만한 삶의 터를 하나님께 다시 보여드렸을 때 여전히 ‘좋았노라’고 말씀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천국신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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