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사랑해요, 고마워요”…나이 들수록 감정표현에 솔직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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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랑해요, 고마워요”…나이 들수록 감정표현에 솔직해져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2.14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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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 늘어나는 황혼이혼, 대안은?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았는데,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립했고 이제는 부모의 이혼을 이해해주는 정도가 됐습니다. 이제 살날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저를 위해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어요.”

지난해, 30여 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A 씨(63). 작은 일로 버럭 화를 내며, 엄마와 아내로서 과도한 역할을 요구하는 남편과 합의점을 찾고자 시작한 대화는 매번 큰 싸움으로 치달았다. 그로 인해 남편과의 대화는 어느 순간 단절됐다. 어린 시절,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오랜 고심 끝에 결정한 A 씨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노년층의 결혼생활이 흔들리고 있다. 중년이 됐지만,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서 전체 이혼 건수 중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한 부부의 ‘황혼이혼’ 비율이 38.8%로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해볼 때 14%가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법적 부부관계는 유지하지만, 실제적 이혼과 같은 ‘졸혼’까지 포함하면 황혼 부부의 이별 사례는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이 약해진 상황에서 자녀들이 장성한 시니어들이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이혼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

오랫동안 참고 살았던 부부가 이혼을 하면 막연히 후련하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혼은 행복을 가져다줄까? 그러나 이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2020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정서적·신체적인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50세 이상 중년 미국인 9,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혼한 남녀나 독신의 심장 건강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보다 비교적 나쁜 것으로 밝혀졌으며, 심장병, 당뇨,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걸릴 위험도 20% 더 높았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과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도 컸다.

황혼이혼을 하면, 대개 1인 가구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고독사의 위험도 높아진다. 서울시가 ‘1인가구 실태조사’를 통해 1인 가구 연령대별 외로움을 조사한 결과 중장년 이상 고령층이 65%로 ‘외롭다’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최근 3개월 이내 만나거나 연락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서는 3명 중 1명(29%)이 ‘없음’이라고 답해 심각한 사회적 고립이 우려되는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동일 조사에서 쪽방, 고시원 등 주거취약지역에 혼자 거주하는 50대 이상 중장년의 10명 중 6명(60%)은 ‘고독사 위험군’으로 파악됐다. 인생 노년기의 황혼이혼은 ‘노후의 재앙’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만들고 있다. 

물론 이혼이 무조건적인 부정적인 결과를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을 좌우하는 문제인 만큼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대표는 “황혼이혼을 통해 가정 자산이 나누어지고, 부부 각자가 소득활동을 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또 외로움과 박탈감이 더해져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 등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점에서 교회가 장년, 노년세대, 특히 1인 가구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성언어’로 소통해야

현 사회에서 이혼이 수치라는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흔한 일이 되었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가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가정의 위기를 겪는 기독교인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해 이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무조건 기도하며 참고 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배우자를 서로의 평생 배필로 확신하며 함께하기 위해 맞춰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정문화원 이사장 두상달 장로는 “가정의 문제는 망가진 다음 관계를 회복하기보다는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건강한 가정은 부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가정생활이 자녀 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완충 역할을 해왔던 자녀들이 품을 떠나고, 아무런 준비없이 결혼생활의 후반기를 맞게 된다. 그 이후 부부는 더욱 친밀해지거나 소원해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장로는 “부부 세미나를 하면 손을 맞잡고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게 한다. 그때 의외로 눈물을 흘리는 부부들이 많다. 자녀를 키우며, 가정과 직장에서 바쁘게 살아왔지만, 부부가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진심이 담긴 사랑고백을 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도 (이혼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왔으니 별 문제가 없다’라고 여기는 중년 부부들도 많다. 두 장로는 “특히 중년기 남자는 인생에서 가장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아내가 자신의 처지를 안들, 해결해줄 수 없다고 여기며 이야기하려 들지 않는다. 이때 서로의 감정을 공감해주지 못하니 대화 경색증에 걸린다”며 “무엇보다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배려하는 ‘감성’ 언어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부부가 친밀해지는 대화는 일이나 가정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생각, 기쁨, 슬픔, 분노, 힘든 일이나 두려움까지 솔직하게 나눠야 한다. 그는 “조금 주책스럽더라도 먼저 시도하고 내뱉어보아야 한다. ‘여보 사랑해, 여보 고마워’라고 수시로 말할 것”을 제안했다. 두 장로는 “준비없이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하면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된다”며, “100세 시대에 부부가 평생 행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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