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교회 공간’의 문화적 활용에 대한 기대 높아
“‘공공선’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교회의 신뢰도 높일 것”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교회와 기독교인의 신뢰도가 위협받는 한편 온·오프라인 시대 속 교회의 공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상과 교회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기독교 문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본지는 매달 한 명의 각 분야별 기독 문화 사역자를 선정해 세상 속에 올바른 기독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제언을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글로리’에서는 유년시절 학교폭력으로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성인이 된 후 가해자를 찾아 복수하는 내용을 다룬다. 문제는 가해자 중 한 명이 대형교회 목회자 가정의 딸로 술과 약물에 중독된 인물로 묘사되고, 엄마인 사모는 딸이 벌인 온갖 사고의 뒷수습을 하며 여느 재벌가 부럽지 않은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지나치게 과장된 설정이라며 코웃음을 치고 지나칠지 모르지만, 미디어를 통해 ‘교회와 기독교인’을 접하는 일반 시청자들은 교회는 원래 그런 곳이라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반기독교적 정서를 변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지난 13일 필름포럼에서 만난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기독교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단순히 감각적 판단이나 흥행적 요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개신교는 믿도 끝도 없이 나쁜 종교라는 인식이 미디어 속에서 하나의 클리쉐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 원장은 “그러나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렇게 굳어진 부정적인 클리쉐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며 교회가 그동안 세상과 동떨어져있던 모습을 반성하고 ‘공공선’을 이루려는 노력을 통해 교회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화선교연구원은 어떤 단체인가요?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가 문화명령을 수행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가는 선교사역을 돕기 위해 1998년 설립됐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문화 속에 기독교 문화에 대한 바른 관점을 세우고 문화 해석과 연구를 통해 한국교회에 건강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포럼과 심포지엄을 열어왔습니다. 또 필름포럼과 함께 ‘국제사랑영화제’를 지난 20년 동안 개최해왔습니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기독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 기독문화의 방향이나 트렌드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문화예술계 전반이 어려워졌습니다. 교회 예배에도 사람이 모이기 힘든 상황에서 사람들이 직접 현장에 와서 향유해야 하는 문화예술의 영역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작년 말부터 이러한 흐름을 극복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긍정적 신호입니다.
현재 대중문화 트렌드를 살펴보면, 일반 시장 전체를 아우를만한 ‘메가 트렌드’를 찾기 어려워졌고 개개인의 취향이 매우 다각화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전에는 대중문화라고 하면 천편일률적인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신앙인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소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활용한 신앙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최근 눈에 띄게 성장한 문화 콘텐츠 공유 플랫폼 중 하나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크게 활성화됐고, 이전에는 설교 듣기와 CCM 음악이 기독 문화의 중심축을 이뤘다면,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굉장히 다양한 기독문화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전에는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동적인 신앙인의 모습에서 현재는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찾고 제작하거나 공유함으로 신앙 성장을 해가는 신앙인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정체기를 넘어 쇠퇴에 접어들었고 기독 문화 역시 위기라고 합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기성세대가 가진 기독교 문화가 현 청년들을 품을 만한 교회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세상 속에 비춰지는 기독교의 가치와 문화가 다음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한 소통 문화를 갖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충분히 바꾸어갈 수 있다는 인식을 갖지 않으면 자꾸 옛것에 집착하게 되고 다음세대를 품을 그릇을 잃게 될 것입니다. 성경과 복음의 본질 외 우리가 만든 문화는 충분히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고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대중매체에서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부터 최근 방영되는 ‘더글로리’에서도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중이 이해할 법한 ‘뻔한’ 법칙이 있는데, 미디어에서 개신교에 대한 인식이 믿도 끝도 없이 나쁜 종교라는 클리쉐(Cliche:진부한 문구)의 단계까지 갔다는 것은 큰 위기의 징후라고 봅니다. 물론 이것은 기독교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단순히 감각적 판단이나 흥행적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못마땅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 속에는 개신교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봅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처럼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에 개신교인 인구가 가장 많기도 하고, 개신교와 관련된 소재나 꽁트가 TV 속에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미디어에 비춰지는 모습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개신교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바꾸어간다면, 미디어가 묘사하는 교회와 기독교인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돌입하면서 올해부터는 많은 모임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기독 문화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최근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의 이윤구조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내 교회를 넘어 다른 교회를 연결하고 경험할 수 있는 ‘오픈 시스템’의 구조가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 교회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회도 들여다보고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죠.
한국교회는 신뢰도가 급감한 상황에서 코로나를 맞이했고, 여전히 많은 3040세대가 교회에 복귀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선을 이야기하고 세상 속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려는 교회의 노력을 통해 무너진 사회적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시 모이기에 힘쓰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 공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교회를 이루면서 예배와 예전, 교제, 섬김, 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간이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의 기독문화 중에 대한 현 다음세대에게 전승할만한 문화를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교회에서 누리고 있는 것들이 기성세대들이 가진 노력을 통해 일군 열매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지금의 교회 모습에 대한 말도 많지만, 교회 성장을 일군 신앙인들의 ‘열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정한 문화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이전 세대들이 보인 신앙의 열심과 신실함, 크리스천으로서의 자기의 분명한 정체성과 노력에 대해 한 번은 꼭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기독 문화의 발전을 위해 문화선교연구원은 어떤 노력을 펼치고자 하시나요?
-현 문화 트렌드를 분석보고 이를 문화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하려고 한합니다. 다양한 문화적 흐름 속에서 교회가 주목해야 할 흐름을 살피고 목회 현장 속에서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기독교인이 신앙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