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십대’ 아닌 사랑의 눈으로 접근
통일 한국과 세계선교의 일꾼으로 양육
단순한 시혜 아닌 ‘인식 전환’에도 앞장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 연중기획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에서는 우리가 섬기고 키워나가야 할 여러 다음세대들의 유형을 발굴했다. 유형별 다음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섬길 수 있으며 현재 어떻게 섬기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정리했다. 특히 복지나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거리의 아이들
흔히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십대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늘어나면서 거리에서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봐도 모른 척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는 시대다. 이런 풍토 속에서도 긴 시간 줄기차게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경기북부 5개 시군을 주 활동무대로 22년째 활동해온 ‘십대지기’(대표:박현동 목사)는 가출 및 각종 청소년 문제에 노출된 아이들을 돕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마다 6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입소하는 청소년복지시설에서는 기물파손과 상해, 품행장애나 행동장애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십대지기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과 전문성으로 품고 있다. 십대지기 박현동 대표는 “아이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려는 진심이 통하기까지 아이들은 끊임없이 아파한다”며 “돈 벌기 위해 하는 직업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앙’ 안에서 한 영혼을 품기 위한 끊임없는 기다림이 필요한 사역”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가정과 학교, 사회마저 등 돌린 십대들을 위한 선교단체로 시작한 ‘양떼커뮤니티’(대표:이요셉 목사)는 위기 청소년 사역뿐 아니라 미혼모와 아가를 위한 ‘라이프 세이버’ 사역, 이주민 다음세대 사역, 응급여성 사역, 양떼들의 자립을 위한 비즈니스 사역 등 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19년 문을 연 식당 ‘옥면가’는 ‘양떼 출신’ 아이들과, ‘라이프 세이버’를 통해 만난 ‘아기 아빠들’이 이곳에서 땀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
존재조차 모르는 사각지대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에서는 국내 5만 4천여 명에 이르는 ‘수감자 자녀’에 대한 관심도 환기했다. 부모의 범죄는 자녀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2차 3차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2015년 이들을 위해 설립된 아동복지실천회 ‘세움’(대표:이경림)은 매달 120여명의 수용자 자녀에게 성장지원비(용돈·교통비), 긴급생활지원비(의료비·주거비), 가족면회비 등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세움 온(溫) 상담소를 열고 미술치료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전국 54개 교도소에 아동 친화적인 ‘가족 접견실’이 마련되고, 수감자가 미성년 자녀와 접견할 때는 죄수복이 아닌 사복을 입도록 바뀐 것도 세움이 발로 뛴 결과다.
복음의 열매도 맺히고 있다. 단체가 발간한 <어둠 속에서 살아남다: 7명의 수용자 자녀 이야기>에는 처음에는 수용자 자녀임을 밝히기조차 꺼리던 아이들이 차차 마음을 열고 급기야 신앙을 갖게 된 감동적인 사연들이 담겼다.
이밖에도 이번 연중기획을 통해 보육시설에서 자라다가 만 18세(지난해 만 24세로 연장)가 되어 시설을 나가야 하는 ‘보호 종료 아동’, 그리고 ‘소년 범죄’로 보호를 중도종료하게 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청소년행복재단은 보호 중도종료 청소년을 위한 긴급 생활지원과 법률지원, 의료지원 등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배가 고픈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 쿠폰을 지원하고 31개의 위기 청소년을 위한 ‘행복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재단 사무총장 윤용범 장로는 “국가의 보호와 관리를 받지 못한 이들은 결국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다”며 “더 큰 문제는 아이들 스스로가 ‘나는 범죄자’라는 인식을 하게 되는 ‘낙인 효과’다. 불완전한 제도로 인해 미래에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일과 세계선교의 미래를 키우다
탈북청소년, 그 가운데 탈북자 엄마가 제3국의 남자와 만나 낳은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존재가 생소하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이들은 이 아이들이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탈북청소년’으로 인식하고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이 아이들은 현재 국내법상 ‘탈북자’ 지위를 얻지 못해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북한이탈주민 지원법에는 북한에서 온 아이들만을 지원하게 되어 있기 때문.
두리하나국제학교 교장 천기원 목사는 “이들 대부분이 인신매매나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태어나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곤 한다”며 “이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서 보호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근 두리하나선교회의 주요 사역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두리하나국제학교는 이 아이들에게 먼저 한국어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영어’ 교육을 시작한다. ‘국제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방학이면 유럽과 미국으로 탐방을 가고 대학 진학도 주로 국내보다는 해외를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입시와 진로에서 좋은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점차 그 수를 더해가는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우리의 다음세대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안산에는 온누리M센터가 있다. M센터는 ‘예배 회복’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유치부부터 대학청년부에 이르기까지 △예꿈 △꿈땅 △파워웨이브 △Yer(와이어) 등의 부서를 개설했다. 다양한 국적의 부모를 둔 100여명의 친구들은 이곳에서 문화의 장벽을 넘어 진정한 복음에 대해 깨우쳐가며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되고 있다. 주중에도 ‘스타트리 아카데미’ 공부방을 통해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에도 다각도의 지원을 벌이고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교회
이제는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장애인 학교는 ‘혐오시설’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이 크던 때가 있었다. 학교 설치가 이뤄지는 과정부터 지역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열리는 일들도 많았다. 1997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남서울은혜교회가 설립한 밀알학교 역시 설립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25년이 흐른 지금은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설로 발돋움했다. 학교 문을 활짝 열었던 것이 주효했다. 밀알학교는 체육관과 갤러리, 콘서트홀, 도서관, 카페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들에게 보탬이 되는 공간을 마련했고, 누구든지 오갈 수 있도록 했다.
남서울은혜교회가 새 예배당 건축을 대신해 개교한 학교라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지금도 밀알학교에서는 주중엔 학교 수업이, 주일엔 예배가 진행된다. 주일마다 체육관에 의자를 깔았다가 치우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는 까닭은 교회가 더욱 의미 있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는 교인들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강북구에 자리한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대표:김주희)은 2006년 공부방으로 시작해 2017년 대안학교로 탈바꿈한 농인들을 위한 학교다. 농인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조차 수어를 쓰는 아이들을 위한 커리큘럼이 없고 구화(입으로 하는 말)를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에 문제를 느끼고 수어만 사용하는 공부방을 열었다.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은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학교는 농인들도 얼마든지 청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세상 어느 곳보다 교회가 ‘그런 곳’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