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와 28년을 함께 했던 염재림 권사님이 63살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환갑을 지난 나이지만, 요즘 같으면 한참 청춘의 나이이기도 합니다. 무작위로 300명을 뽑아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가 몇 살인가 하고 물은 적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75세라고 했답니다.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려면 75세는 돼야 가능하구요. 63살이면 한참인데, 하나님의 부름을 갑작스레 받은 것입니다.
권사님은 부천성모병원 영안실에 미소를 머금은 영정사진과 함께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30대 초반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되어, 남매를 키워낸 권사님.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격려의 말, 칭찬의 말을 자주 해 주던 권사님.
누군가와 문제도 없지만 혹 문제가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 속이 편하던 권사님.
홀로 아이들을 키워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도 늘 밝은 모습의 권사님.
자기 자신도 힘들 텐데, 누군가 힘들다 싶으면 슬며시 다가가 말을 걸어주던 권사님.
시흥에서 철야예배 오는 집사에게 한번은 꼭 내 차로 데려다주고 싶었다던 권사님.
“목사님~! 죄송합니다”라는 소리를 자주 해서 제가 “그런 말씀 하지 말라”고 말려야 했던 권사님.
누군가를 먼저 위로하고 보듬어야 마음이 편했던 권사님.
사모가 아프다고 늘 위로해 주고 힘을 주었던 권사님.
약은 세상에서 약게 살지도 못하고 손해를 봐야 마음이 편했던 권사님.
그런 염재림 권사님이 갑작스레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 교회 초창기부터 경조부장을 하고 계시는 한상호 장로님이 장례식이 끝난 후 제게 슬며시 말씀하시더라구요. “목사님~! 그동안 수많은 장례식을 겪었는데요. 염재림 권사님이 가는 길에 이번처럼 성도들이 슬퍼하며 운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라구요.
마지막 발인하는 순간 곁에서 염재림 권사님을 배웅하는 성도들의 흐느낌은 나지막이 부르던 찬송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기도 했구요. 어떤 성도는 오열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염재림 권사님이 성만교회 공동체 안에서 ‘참~! 잘 살아오셨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옆에서 마음 힘들 텐데 염재림 권사님 장지를 끝까지 지켜주던 남동생이 “누님이 교회 얘기와 목사님 얘기를 자주 했습니다” 하고 제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염재림 권사님 마지막 가는 길에 ‘교회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제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30대 초반에 홀로 남매를 키워내야 했던 권사님에게 교회는 어쩌면 삶의 전부일 뿐만 아니라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28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했던 염재림 권사님을 먼저 주님께 돌려보내고, 자녀들도, 함께 친하게 지냈던 교우들도 힘들겠지만, 우리 부부도 참~ 마음이 힘든 시간입니다. 갑작스런 염재림 권사님의 장례식은 슬픈 장례식이었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