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정신 기념하는 것은 교회 돌아볼 계기
전문가 초청강연이나 관련 콘텐츠 시청도 한 방법
세계교회는 10월 마지막 주를 종교개혁주간으로 지킨다. 마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95개 조 반박문을 붙인 날이 바로 10월 31일인 까닭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안에 종교개혁주일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은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종교개혁주일을 기념하는 것이 교회 문화 발전에 유익할 뿐 아니라 신자 개인에게도 신앙을 새롭게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익한 종교개혁주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예수향남교회(담임:정갑신 목사)는 종교개혁주일이 있는 10월을 맞아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종교개혁 505주년 기념집회를 열었다. 교회사 전문가들이 강사로 초청돼 종교개혁 당시의 상황과 종교개혁의 의미 등을 강의했다. 지난 5일과 12일에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안상혁 교수(교회사)가 '종교개혁가 칼뱅', '칼뱅과 제네바'를 주제로 특강했다. 강의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됐는데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예수향남교회 담임 정갑신 목사는 "종교개혁가들과 그들이 복음의 거룩한 일을 이루려고 했던 모든 시간과 공간을 소개함으로써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 관해 묻고 대답하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고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예수향남교회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한국교회 안에서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랐다. 개혁교회종교개혁500주년기념대회장을 지낸 주도홍 교수(백석대 전 부총장, 총신대 초빙교수)는 "장로교회는 개혁교회의 전통 가지고 있다. '개혁된 교회는 오늘도 늘 새로워야 한다'는 게 개혁교회의 표어"라며 "사람들로 구성된 교회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고 타락할 수 있기에 종교개혁의 정신을 기념하는 것은 교회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또 "목회자들 입장에서 개혁을 이야기하면 교인들의 비판의식을 자극할까 봐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회개는 ‘영적인 샤워’와 같아서 이를 통해 하나님 앞에 더 가까이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종교개혁주일은 교회가 새로워지는 축복의 현장일 수 있다"며 "루터나 츠빙글리 칼뱅뿐 아니라 교회사에서 기념할만한 훌륭한 인물들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종교개혁주일을 기획해 보라"고 권했다.
교회력과 종교개혁
교회나 교단, 기독교단체가 발행하는 달력에는 어김없이 교회력이 기입돼 있다. 교회력을 목회 일정 수립의 기준으로 삼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고, 이와 관련한 목회 서적도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교개혁주일은 교회력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계기이기도 하다. 우선 종교개혁주일은 엄밀히 말해 교회가 전통적으로 지켜온 '교회력'과는 무관하다. 또 종교개혁가들은 중세교회가 교회력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에 대한 반감을 품었다. 종교개혁가들이 성탄절과 부활절, 오순절만을 교회 절기로 인정했다. 이 세 개 절기 외에는 가능하면 주일을 잘 지킬 것을 강조했다. 특히 독일교회는 이 3대 기념일을 휴일로 지킬 만큼 중요시하고 있다.
한편 교회에서 종교개혁을 기념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막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문화선교연구원(원장:백광훈 목사)은 지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종교개혁주일 예배 모범을 공개한 바 있다. 이를 참고하여 기념 예배를 드리거나 종교개혁 관련 내용을 담은 영화나 공연을 단체 관람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문화행동아트리(대표:김관영 목사)가 지난 2017년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뮤지컬 '더 북'의 경우 종교개혁 주간을 전후로 공연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