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털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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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털털하게”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2.07.19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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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10)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갓 태어난 아기와도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제2의 두뇌라고 불리우는 ‘피부’를 통한 소통 즉 접촉이라고 합니다.

스킨십의 위력은 1940년대 한 고아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데요. 이 고아원은 아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깨끗한 시설과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제공했습니다. 비록 고아원이지만 풍족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랄 수 있었구요.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영양 풍부한 음식에도 아기들은 점점 야위어 갔고 철저한 위생관리에도 아기들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91명의 유아 중 34명이 2살이 되기 전 사망하고 말았구요.

이 사건을 목격한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과 의사 ‘르네 스피츠’는 커다란 의문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이들이 죽음을 맞게 된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르네 스피츠는 단 한 명의 유아도 사망하지 않은 한 보육원에서 해답을 찾게 됩니다. 그곳은 최상의 시설을 자랑했던 고아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운영되던 교도소 안에 있는 보육원이었습니다. 시설이 좋지 않았지만, 이 보육원 아이들이 빈번하게 경험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아빠, 엄마, 그리고 다른 재소자들과 나누는 따뜻한 접촉이었습니다.

좋은 환경만을 신경 썼던 고아원에선 전염병 걱정, 또 아이들이 버릇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안아주거나 어르는 등 아이들과의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는 규칙이 지켜졌구요.

연구자 르네 스피츠는 큰 비용을 들여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살과 살이 맞닿는 포옹과 접촉이 아이들의 성장에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이 다 큰 어른들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서 있을까요? 자기 또래들 빼고, 할머님 할아버지들의 등 두드림을 받을 수 있는 곳, 큰아빠 큰엄마 같은 분들이 머리를 쓰다듬고, 함께 접촉할 수 있는 곳, 그런 장소가 어디 있을까요?

교회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교회의 장로님들 권사님들이 예뻐해 주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 아이들 정서엔 굉장히 도움이 될 겁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공부하는 ‘독서마라톤’이 시작되는데요. 그 아이들이 점심시간이면 교회가 운영하는 ‘행복한식당’에 조별로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숟가락 젓가락을 놓아 드리고 식탁을 정리하는 봉사를 하게 될 겁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자 손녀 같은 친구들이 도와줘서 고마워하실 거구요, 우리 친구들은 어르신들을 돕는 기쁨을 체험하게 될 겁니다.

깔끔 떨고 누군가에게 신세도 안 지고, 누군가의 짐을 지는 것도 버거워하는 시대에 교회가 가야 할 길,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런 길 아닌가 싶어서요.

혼자 외로워하는 이 시대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을 배우는 작은 계기도 되구요, 조금은 허술하고, 털털해도 이런 모습이면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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