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받은 재능으로 목회자들 섬김에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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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 받은 재능으로 목회자들 섬김에 감사할 뿐”
  • 이석훈
  • 승인 2022.05.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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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 // 트롯가수 정동원 전속 ‘엘부림양복점’ 대표 박수양 장로

지난해 칠순 맞아 어려운 목회자 70명에게 맞춤 양복 선물

가업 이은 아들 ‘올인원 피팅시스템’ 개발로 젊은 고객 유치

 

맞춤 양복 명장인 박수양 장로는 지난해 칠순을 맞아 70명의 목회자를 섬긴데 이어 건강이 허락하면 팔순에는 80명의 목회자를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맞춤 양복 명장인 박수양 장로는 지난해 칠순을 맞아 70명의 목회자를 섬긴데 이어 건강이 허락하면 팔순에는 80명의 목회자를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1년에 10여 벌씩 재능 기부
1년 전인 2021년 5월 1일 칠순을 맞은 엘부림양복점 대표 박수양 장로(답십리침례교회)는 미자립교회 목회자 70명에게 맞춤 양복을 선물해 칠순의 의미를 더했다.

맞춤 양복 명장인 박 장로는 지난 40여 년간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와 선교사에게 1년에 10여 벌씩 양복을 맞춰주면서 재능기부를 실천했다. 또 2004년부터 8년간은 재소자에게 양복기술을 가르쳐 재소자들이 출소하면 자립할 수 있도록 양복 맞춤 기술로 섬겼으며,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의 결혼 예복을 무료로 지어주는 등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박 장로는 지난해 칠순을 맞았을 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가족들만 모여 칠순 잔치를 열까도 생각해 봤지만 방향을 바꿨다. 그 정도 비용이면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양복을 더 선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칠순인데도 하나님께서 건강을 허락하셔서 여전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서 이 감사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어려운 목회자 70명에게 양복을 맞춰주기로 한 것이다.

박 장로가 섬기는 교회의 소속 교단인 기독교한국침례회를 비롯해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7개 교단에서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 각각 10명씩 추천을 받아 이들을 차례로 초청해 양복 70벌을 맞춰줬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찾아온 목회자 중에는 평생 맞춤 양복을 처음 입어보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결혼 후 처음이라는 목회자가 있는가하면 어떤 목회자는 교회 임직식 때 입겠다고 했으며, 한 목회자는 결혼을 앞둔 성도를 보내 자기 양복은 물론 친척들 양복까지 주문했다.

박 장로는 1968년부터 맞춤 양복 한 길만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양복점 심부름꾼으로 시작했지만 국내외 각종 대회를 석권하고 2010년 한국맞춤양복 기술경진대회 대상, 2014년 아시아 고베 양복기능경진대회 대상을 받았고, 2016년 한국맞춤양복협회가 선정하는 명장이 됐다.

박 장로는 방송과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KBS2 생방송 시사 360 ‘가업을 잇는 자영업 2세들’에 출연했다. 박 장로의 둘째 아들인 승필 씨가 가업을 잇기 위해 박 장로 밑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탄 것이다.

엘부림양복점의 홍보모델이 된 미스터트롯 정동원 군(왼쪽)이 박 장로와 환하게 웃고 있다.
엘부림양복점의 홍보모델이 된 미스터트롯 정동원 군(왼쪽)이 박 장로와 환하게 웃고 있다.

‘월계수양복점신사들’ 특별자문
또한 SBS 드라마 ‘자이언트’, KBS2 드라마 ‘두근두근 달콤’ 출연진 의상을 제작했고, 양복점을 배경으로 방영됐던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양복점신사들’에 특별 출연하고 자문을 했다. 유명 농구선수이자 감독 허재, 탤런트 정보석 김보성 이민우 등 유명인들의 옷도 만들었다.

특히 TV조선 ‘미스터 트롯’ 정동원이 옷을 맞춰 더 유명해진 가운데 지금은 아예 홍보모델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정동원의 결승무대 의상을 통해 더 유명해진 맞춤 정장 ‘엘부림’이 2020년도 서울시가 선정한 ‘오래가게’에 포함돼 더욱 보람을 느낀다.

오래가게는 서울 지역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거나 2대 이상 대를 잇는 곳 또는 무형문화재 등 명인과 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는 곳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엘부림은 당시 2,149곳 후보 중 외국인과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 현장평가단의 평가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선정된 21곳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박 장로의 섬김을 아들 승필(36) 씨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2007년부터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양복점에서 일하고 있는 승필 씨는 지금까지 주변의 목회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맞춤 양복 10여 벌을 선물했다.

승필 씨는 “목회자를 섬기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면서 “목회자를 섬길 때 오는 기쁨과 축복을 아버지 옆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배웠다”면서 “양복점을 하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인데, 이와 같은 마음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백했다.

박 장로는 “모세 옆에 아론과 훌을 붙여주신 것처럼 아들이 함께 일하면서 옆을 지키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힘이 되고 가장 큰 축복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아들 승필 씨는 연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고생하는 아버지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기술은 있지만 기성복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아버지가 안타까워 맞춤 양복에 관심을 가졌으며, 무엇보다 맞춤 양복은 나이 든 세대만 입는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고민했다.

아들이 가업 이어 젊은 고객 성공
아들은 가업을 잇기로 결심하고 젊은이들이 찾는 양복점으로 변신시키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가게이름인 ‘부림 양복점’을 ‘엘부림 양복점’으로 변경했으며, 명품 양복과 최신 트렌드를 분석하고 6,000여 회원을 체형별로 구분해 매장 한번 방문으로 양복을 맞출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이다. 일명 ‘올인원 피팅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80% 이상을 20∼30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수 십 년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로 탄생한 ‘올인원 피팅시스템’은 고객이 한 번만 방문해도 몸에 딱 맞는 정장을 맞출 수 있는 파격적인 피팅 방식을 갖췄다. 통상 맞춤 정장 제작 과정에서는 신체 치수 측정, 재단, 가봉 등의 단계마다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하지만, 엘부림 양복점은 자체 개발한 ‘S라인 패턴’을 활용, 한 번의 측정만으로 완벽한 맞춤 정장을 만들어낸다. S라인 패턴은 박 대표가 지금까지 맞이한 수천 고객들의 체형을 분석, 100여 개의 유형으로 체계화 한 것이다.

승필 씨는 이와 함께 양복 맞춤 기술도 적극적으로 배웠다. 2016년 평택의 국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명장이 지도하는 맞춤 양복 7개월 과정을 이수한 데 이어 2018년 10개월간 명품양복제작반에서 공부하여 양복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매장에서는 그 어떤 스승보다 훌륭한 아버지에게 기술을 배우면서 실력을 키웠다.

또한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젊은 스타일의 옷을 개발하기 위해 미술을 전공한 디자이너를 고용했으며, 젊은 고객을 겨냥해 마케터도 채용한 결과 제2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약간의 어려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박수양 장로는 청년 시절 답십리침례교회의 청년부 회장 전도로 신앙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 교회만을 섬기고 있다. 당시 청년부 회장이 지인 여러 명을 데려와 양복을 맞추고 총동원 주일에 박 장로를 초청한 것이다. 그때 처음 교회에 가면서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

최근 동서울농협 이사로 선출되는 영광까지 얻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강조하고 있는 박수양 장로는 “단순히 기술로 먹고 사는 사람, 양복만 파는 가게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칭찬받는 엘부림양복점으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하나님께서 건강을 허락하시면 팔순 땐 양복 80벌을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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