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본업은 목사, 부캐는 ‘과일장수’입니다”
상태바
“내 본업은 목사, 부캐는 ‘과일장수’입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11.24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회사학연구소 주최, ‘제3회 사회적목회 컨퍼런스 열려
7개 창업지원부스 설치…다양한 선교적 목회 사례 발굴

그리스도의몸교회를 개척한 김동은 전도사의 본업은 ‘목사’지만, 그의 부캐(부캐릭터)는 ‘과일장수’다. 과일야채 도소매 사업 ‘시장청년’을 창업해 6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교회와 일터에서 동일하게 하나님 일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23일 ‘제3차 사회적목회 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김동은 전도사는 “누군가는 사업이 잘 되고 있으니, 나중에 목회와 사업 중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묻는다. 하지만 저에게는 사업 자체도 사역”이라며, “사역을 하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사업이 사역이 되어서 제가 걸어가는 모든 길이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목회사회연구소와 굿미션네트워크 주최로 지난 23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적목회 컨퍼런스 현장에는 7개의 창업지원부스가 설치됐다.
목회사회연구소와 굿미션네트워크 주최로 지난 23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적목회 컨퍼런스 현장에는 7개의 창업지원부스가 설치됐다.

생계를 위해 불가피하게 이중직을 하면서도 죄책감을 갖는 것이 작은 교회 목회자의 현실이다. 이러한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현실을 점검하며, 한국교회 최초로 이중직 목회에 대한 인식 개선과 건강한 취업 알선을 위한 목회 컨퍼런스가 열렸다.

목회사회연구소(소장:조성돈 교수)와 굿미션네트워크(회장:한기양 목사) 주최로 지난 23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적목회 컨퍼런스 현장에는 7개의 창업지원부스가 설치됐다.

부스는 △창업지원 △농촌목회 △사회복지분야 △공공기관 및 교육 △공공영역마을목회 △전문기술직 △플랫폼 등 7개 분야로 구분됐다. 여기에서는 카페창업, 야채장사를 비롯해 인테리어·목공, 냉난방기 수리, 배관·용접, 배달·운전, 부채상담, 장례지도사 등의 목사가 ‘이중직’으로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의 사례가 소개됐다.

지역사회와 접점 찾는 것이 과제

창업지원 부스에서 ‘사회적기업’ 파트를 맡은 이준모 목사(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총괄본부장)는 “교회를 개척하고 지역주민들과 만나는 접촉점이 전통적 방식이 예배와 기도, 심방이었다면 이제는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주민과 라포를 형성하고 필요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며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작은교회의 사회적 목회 사례’를 소개한 오빌교회 담임 오만종 목사는 “교회들이 생각하고 있는 지역사회 속 사역들은 너무 거창하다. 따라서 시작하기 어렵고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라면서 “작은 교회일수록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로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빌교회가 소속된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은 2017년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이중직을 허락했으며, 오 목사는 지난 2018년부터 비즈니스 목회와 자비량 목회를 시작했다.

2018년 5월 교회가 위치한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에 바빈스커피(브런치카페, 프랜차이즈)를 개업했다. 비즈니스 목회를 통해 미자립교회인 목회자 생계비와 비영리단체인 오빌교회를 영리사업을 통해 지원했다. 또 같은 해에 ‘성내PLUS 작은도서관’을 개소해 사회 통합과 세대간 결속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을 플랫폼과 문화복합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 참석한 한 목회자는 “교회를 개척한지 3년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까지 겹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더 이상 목회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목회자로서 부끄럽지 않고, 선교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던 시간”이라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목회사회연구소와 굿미션네트워크 주최로 지난 23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적목회 컨퍼런스 현장에는 7개의 창업지원부스가 설치됐다.
목회사회연구소와 굿미션네트워크 주최로 지난 23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적목회 컨퍼런스 현장에는 7개의 창업지원부스가 설치됐다.

‘공동체’ 목회가 사회적 목회의 대안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목사의 직업, 사회인으로서의 자리’라는 주제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와 정재영 교수(실천신대)의 주제발표와 함께 사회적 목회 특강이 진행됐다.

먼저 ‘목회자’로서 직분에 대한 바른 이해를 요청한 조성돈 교수는 “목사는 성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영어로 Office의 개념이고, 가톨릭에서 이해하는 Order의 개념이 아니며, 구약의 제사장과 명확히 구별된다”며 “목사는 성직자나 제사장의 자리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물론 목사에게 특별한 의미가 주어질 수 있지만, 은사로서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주어지는 것”이라며 “직책으로서 목사가 아니라 직업으로서 목사를 이해할 때 우리는 새로운 관점에서 목사의 또 다른 직업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국교회가 ‘공동체 중심’의 목회를 통해 사회적 목회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건물을 내려놓고 공동체를 중심으로 옮겨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으면 다른 목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목회자 이중직’의 인정은 필연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불가피하게 이중직을 하면서 죄책감을 갖는 작은교회의 목회자들의 현실적 필요를 무시할 수 없다”며, “이제 제한적으로 인정해온 기관 목회나 전문직에 한정된 이중직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이중직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이제는 한국교회가 이중직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목회의 의미를 왜곡시키지 않으면서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목회 영역의 개발이 오히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역공동체운동’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 그는 “교회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참여한다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공동체화는데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목회의 지평도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