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교회의 자율성 우선하지만, 교단의 지도 받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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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교회의 자율성 우선하지만, 교단의 지도 받는 것이 원칙이다”
  • 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장)
  • 승인 2021.06.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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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⑥ 지교회의 자율권과 교단

목사의 자격은 지교회보다 교단의 결정 따라야 한다
교회정관과 총회헌법은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
서헌제 교수
서헌제 교수

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하지 못해 분쟁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잘 정비된 정관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교회 분쟁 때문에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지출되고 교회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지교회와 교단
교회정관 총칙은 그 교회의 정체성과 관련된 교회의 명칭과 소속, 교회의 목적과 사업, 교회의 주권과 자유를 선언한다. 마지막으로 소속 교단과의 관계를 정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지)교회의 자유, 교회정관과 총회헌법의 관계가 포함된다. 한국교회표준정관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교회의 자유 “개인에게 양심의 자유가 있는 것 같이 본 교회는 예배, 교인의 입회 규칙, 세례교인(입교인) 및 직원의 자격, 교회의 정치 조직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정하신 대로 결정할 자유권이 있다.” 

교회정관과 총회헌법 “본 교회의 독립성과 종교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총회헌법과 규례에 구속된다.”

교회의 자유 
교회의 자유는 교인 개인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예배의 자유, 비판의 자유, 선교의 자유, 교육의 자유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교회의 자유는 교회 밖으로부터의 자유인 동시에 교회의 상급 치리회인 노회와 총회로부터의 자유도 포함된다. 

대부분의 교회정관은 소속 교단의 헌법과 정체를 받아들인다는 전제 하에서 교회의 자율권을 선언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교회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담임목사나 장로의 자격, 청빙, 해임 등에 대해 교단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가 지교회 자율성 보장의 한계로서 문제 된다. 가령 지교회는 교단 헌법이 금지한 목회세습을 위반한 청빙을 할 수 있는가, 지교회는 교단 헌법이 금지한 목사의 신임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는가, 지교회 교인들이 담임목사의 해임을 결의할 수 있는가, 노회는 지교회 교인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지교회 담임목사를 해임할 수 있는가 하는 분쟁이 많다. 

목사의 자격
목사의 자격에 대해서는 교회정관보다는 교단헌법이 우선하며 그 판단도 지교회보다는 교단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어느 교회 담임목사가 교단헌법에서 요구하는 목사의 자격인 ‘2년 이상 전임전도사 사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회재판국에서 목사 자격을 부인하자 그 교회가 소속 교단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재판무효확인소송’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교단은 그 존립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교단헌법을 제정, 개정, 해석하고 행정쟁송 등 교단 내의 각종 분쟁을 처리하며, 목사 등 교역자의 자격요건을 정하며, 소속 지교회를 지휘감독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종교단체의 자율권 보장의 필요성은 지교회뿐 아니라 지교회의 상급단체인 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양 종교단체의 종교적 자율권은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교단이 각 지교회의 자율권을 제한 없이 인정하면 해당 교단의 고유한 특성과 교단 내에서의 종교적 질서유지라는 교단의 존립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곤란하게 된다. 나아가 지교회가 특정 교단 소속을 유지하는 것은 해당 교단의 지휘감독을 수용하겠다는 지교회 교인의 집합적 의사의 표현으로 볼 수 있으므로, 소속교단에 의하여 지교회의 종교적 자율권이 제한되는 경우 지교회로서는 교단 내부의 관련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고, 지교회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담임목사의 청빙과 세습금지
담임목사로 임직하기 위해서는 지교회 교인총회의 청빙 결의와 노회의 위임 결의를 요하기 때문에 교회와 교단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교회는 교단헌법의 목회세습 금지에 위반한 청빙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교회의 자유와 관련해서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해서 예장 통합교단 헌법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한 바 있다.  

“목사의 청빙에 관해 장로교는 성도들의 권리이므로 헌법 1조, 2조에 입각하여 교단이 교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장로교는 감독정치가 아니라 대의정치와 회중정치에 근거한 교파이기 때문에 당회의 결의와 제직회, 공동의회의 결정으로 노회에 청원하여 노회가 인준하고 있다. 그럼에도 목회세습을 금지한 헌법 제28조 6항은 본 교단이 헌법에서 채택하고 있는 웨스트고백 20장, 헌법 제2조의 교회의 자유를 위배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고 제28조 1,2,3항과 충돌되고 있어 수정, 삭제 등 보완하는 개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목회세습에 대한 교회 안팎의 거센 비난을 의식해서 예장 통합교단이 헌법개정을 통해 세습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헌법위원회가 이러한 유권해석을 하는 것은 초대형 교회(메가처치)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교회는 교단총회의 교리와 신조를 수용해서 교단의 지도와 감독 하에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진은 2019년 예장 합동총회 정기총회 모습.
“지교회는 교단총회의 교리와 신조를 수용해서 교단의 지도와 감독 하에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진은 2019년 예장 합동총회 정기총회 모습.

목사의 해임
교회정관에는 담임목사의 해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어떤 교회정관에서는 교인총회 결의사항으로도 다루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문제는 교인들이 총회를 개최하여 해임 결의를 한 경우인데, 종래 그 효력에 관한 법원 판결 간에 혼선이 있었지만 현재는 무효라는 입장을 정리하였다. 즉 “교단 소속 지교회가 헌법을 자치규범으로 받아들인 경우에는, 목사에게 시무사임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은 노회에게 있고, 목사가 노회에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면직 등의 책벌을 할 수 있을 뿐이므로, 헌법이 정한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지교회의 공동의회에서 목사를 해임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교인들의 지지를 받는 담임목사를 교단(노회)에서 일방적으로 해임할 수 있는가도 문제된다. 장로 8명이 교인총회 결의도 없이 소속 노회에 담임목사 해임 청원을 한 사례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노회는 관할 교회의 목사를 위임하거나 해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목사를 해임하는데 반드시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친 교회의 청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으며, 교회의 청원 없이 소수 교인들의 청원만 있는 경우라도 노회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은 다음 목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노회가 지교회 장로 8인이 제출한 해임 청원에 관하여 수습처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에 대한 조사 및 당사자들의 의견청취 절차를 거친 이상, 해임청원이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노회의 해임처분이 부적법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지교회 교인들이 담임목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문제이지만 노회(교단)가 지교회 교인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담임목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본 이 판결은 지교회의 자율권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 

교회정관과 총회헌법의 관계  
총회헌법과 교회정관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는 그 교회가 취하는 정치체제에 따라 다르다. 교단총회를 그 교단에 속하는 모든 교회와 모든 교인들로 구성되는 하나의 교회로 본다면 총회헌법과 교회정관은 마치 국가헌법과 법률과 마찬가지로 상위법과 하위법의 관계로서 교단 헌법에 위반되는 교회정관은 효력이 없게 된다. 이러한 가장 전형적인 교회가 로마가톨릭교회이다. 가톨릭교회는 단일한 교회법전이 모든 신자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기독교는 이른바 감독제로 불리는 감리교는 물론이고 장로교, 회중교회를 막론하고 교단을 하나의 교회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총회헌법은 교단총회라는 단체의 헌법일 뿐 지교회의 정관과는 별개의 규범으로 본다. 그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서 총회헌법과 교회정관은 법적 효력 면에서 상위법과 하위법이 아니라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으며 교회정관이 총회헌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이다.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춘 개신교 교회가 특정 교단 소속 지교회로 편입되어 교단의 헌법에 따라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하고 교단이 파송하는 목사를 지교회의 대표자로 받아들이는 경우 교단의 정체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지만 원칙적으로 지교회는 소속 교단과 독립된 법인이 아닌 사단이고 교단은 종교적 내부관계에 있어서 지교회의 상급단체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지교회가 자체적으로 규약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나 규약을 갖춘 경우에도 교단이 정한 헌법을 교회 자신의 규약에 준하는 자치규범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지교회의 독립성이나 종교적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단 헌법에 구속된다.”

교단분열과 지교회 
지교회는 교단총회의 교리와 신조를 수용해서 교단의 지도와 감독 하에 신앙생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툭하면 교단을 탈퇴하거나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심지어는 교단을 새로 만들기도 해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파악하고 있는 개신교 교단 만해도 2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교단에 소속하지 않은 독립교회들이 늘어나고 연합체를 만들어 교단 아닌 교단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교단분열과 난립이 믿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교단 ‘총회장’ 자리를 만들어 저마다 왕노릇 하려는 욕심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라는 고백은 립 서비스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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