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사역의 목적은 ‘복음 전파’ 재확인
관객 수 줄었지만, 정기후원자 세워져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가 공연예술계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현재 영화관·공연장의 경우 전체 좌석의 30%만 입장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일행별 거리두기’로 기준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공연계(뮤지컬·연극·클래식·오페라·무용·국악)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뮤지컬 편수가 2019년 대비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2247건이 개막했지만, 2020년에는 791건에 그쳤다. 매출액도 크게 떨어졌다. 2019년 하반기 매출은 약 1408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은 약 589억 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찾아가는 광야콘텐츠’로 유튜브 오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독교 공연계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오히려 영상 제작을 통해 사역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문화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문화행동 아트리(대표:김관영 목사)는 현장공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찾아가는 광야콘텐츠’를 기획해 영상예배 자료를 교회에 제공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연 넘버(삽입곡)를 공개하면서 수요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 8일 청담동 킹콩빌딩 1층에서 만난 아트리 대표 김관영 목사는 “코로나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도함으로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딤후4:2)’라는 말씀을 받았다. 당장 복음을 전파하고, 한국교회를 섬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다”고 고백했다.
특히 김 대표는 “‘찾아가는 광야콘텐츠’를 통해 창작뮤지컬 ‘요한계시록’의 7개 교회의 모습을 각각 영상으로 만들어 영상예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회에 링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오히려 사역의 확장을 일으키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야아트센터는 뮤지컬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소아시아 7개 교회에 대한 말씀을 배경으로 각 교회에 대한 전체 7개 영상을 제작했다. 전체 30분 분량의 영상 안에는 △광야소개 △김관영 목사의 메시지 △공연실황 △찬송가를 기본구성으로, 소정의 금액을 받고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교회에 제공하고 있다.
사실 공연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은 현장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도 어렵고, 저작권의 위협도 있기에 결단이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현장공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복음 전파라는 아트리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감사하게도 콘텐츠를 이용한 교회에서 폭발적 반응을 보였으며, 극단에서도 한국교회를 섬긴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공연선교 위한 정기후원자 세워져
이제야 믿음으로 고백할 수 있지만, 당시 아트리가 당면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2017년 대학로에 자리를 잡은 기독뮤지컬 전용관 ‘작은극장 광야’(현 광야아트센터)의 건물이 매각되면서 1년 반 만에 공연장소를 옮기게 됐고, 높은 월세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 극장 운영의 위기를 경험했지만, 그 안에서 좌절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먼저 물었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 만 해도 객석 점유율이 95%에 이를 정도로 매회 공연마다 관객들로 공연장이 가득 찼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관객이 급감했고 당장 공연선교사들의 생계 문제와 월세 비용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소식은 선한목자교회(담임:유기성 목사)가 지난해 ‘문화선교주일’을 열어 아트리의 사역후원 약정식을 가진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두 번째 ‘문화선교주일’을 열어, 9월9일 개막을 위해 제작중인 뮤지컬 요한복음의 제작비를 후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를 통해 받은 가장 큰 은혜는 공연을 직접 보러오는 관객들은 줄었지만, 600명의 정기후원자가 세워졌고, 광야아트센터의 후원이사교회 26곳이 세워졌다. 코로나로 인해 관객은 줄어들었지만, 후원자들이 생겨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광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루카스’는 6월 말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며, 오는 9월부터는 창작뮤지컬 ‘요한복음’을 올릴 예정이다. 김 대표는 “‘요한복음’ 제작을 위해 교인들의 헌금으로 씨드머니가 모아지고, 무명의 제작자이자 후원자로 5000명이 모일 수 있도록 펀드레이징을 예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기독교 문화계는 공연분야 뿐 아니라 CCM 음반, 도서출판계 등 전 영역에서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해 김 대표는 “코로나19 상황과 별개로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예견돼 있으며 이는 한국교회의 쇠퇴와도 연결된 흐름”이라며, “한국교회가 후원교회가 되지 못하고 신뢰를 잃으면 기독교 예술사역도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독교 문화사역자들이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당부로 그는 “더 이상 ‘잡(job)’이 아니라 ‘사명’임을 인정하는 이들이 복음과 교회를 섬기는 일꾼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들에 의해 기독교 문화계가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