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관 1조 대부분 교회 이름과 소속 정의
교단 명칭을 표기하는 것은 교회 방파제 역할
타교회명 ‘식별가능성’ 없다면 사용 가능하다
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하지 못해 분쟁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잘 정비된 정관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교회 분쟁 때문에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지출되고 교회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교회 정관의 구성
교회 정관을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지는 각 교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너무 간단해서 구체적 실체가 모호한 정관도 있는 반면 너무 길고 복잡해서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관도 많다. 그래서 교단과 규모에 상관없이 대부분 교회들이 참고할 만한 표준정관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교회법학회는 2019년 7월에 68개 조항으로 된 ‘한국교회표준정관’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표준정관은 제1장(총칙), 제2장 교인, 제3장 교회의 직원(목사, 장로, 집사), 제4장 교회의 기관(당회, 교인총회, 제직회), 제5장 교회의 재정과 재산, 제6장 보칙과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회를 사람의 몸으로 비유한다면 제1장 총칙은 머리와 얼굴이고, 제2장에서 제4장까지는 몸통이며, 제5장은 팔다리에 해당한다. 그중에서 제1장 총칙은 교회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부분으로 교회의 이름과 소속, 교회의 목적과 비전, 교회의 사업, 교회의 주권과 자유, 교단총회와의 관계를 정하는 조항으로 구성된다.
교회명 결정은 교인의 자유
대부분 교회 정관은 제1조에서 교회의 이름과 소속을 정한다. 가령 “본 교회는 성경과 OO회의 정체와 그 원리를 근거로 한 ‘OO회 OO교회’라 칭한다. 영어로는 ‘The … Church’라 한다” 식이다.
교회의 이름을 어떻게 정하고 정관에 표기하는 가는 교인들의 자유이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아시아 일곱 교회와 같이 지역 명칭을 따서 교회 이름을 정하는 것이 성경적 작명법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인지 선교 초기에 설립된 전통 깊은 교회들은 ‘정동교회’, ‘동대문교회’, ‘남대문교회’, ‘새문안교회’, ‘서종교회’ 같은 이름을 지었고 지금도 계속 사용한다. ‘수표교교회’와 같이 설립된 지역에 멀리 이전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교구가 정해져 있는 가톨릭교회와는 달리 기독교 교회들은 지역 명칭보다는 ‘사랑의교회’, ‘소망교회’, ‘선한목자교회’, ‘주님의교회’, ‘온누리교회’, ‘지구촌교회’, ‘명성교회’, ‘새에덴교회’와 같은 의미전달형 이름을 더 선호한다.
교회와 교단 이름 병기 필요하다
교회의 이름에는 교회가 소속한 교단 총회의 이름을 넣어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같은 교단 총회의 명칭을 교회 이름이 표기함으로써 그 교회의 신앙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이다. 이단사이비가 교회를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교인들이 교회 이름만 보고도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하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여러 교회 개최한 소위 ‘정관세미나’에서 어느 강사 목사님이 교회 이름에 교단을 표기하지 않는 게 좋다는 식으로 유도해서 교단들이 곤혹스러워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 이유인즉 이렇다. 교회 이름에 소속 교단을 표기하면 그 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때 교회 이름을 바꾸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인총회를 개최해서 정관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 분열시 어느 쪽이 교회 재산을 차지하는가에 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2006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교단 탈퇴결의가 유효하려면 정관 개정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전체 교인 3분의 2 이상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교회 이름에서 아예 교단 명칭을 빼버리면 굳이 교회 정관을 개정하지 않고도 교단을 탈퇴해서 교회 재산을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교단 분열이 심해서 교단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교회는 믿음공동체인 특정 교단에 소속하고 교회 이름에 이를 밝히는 게 바른 믿음의 자세일 것이다.
독립교회가 아닌 한 특정 교단에 소속된 교회가 교회 재산을 손쉽게 차치하는 비법(?)으로 교단의 이름을 감추고 교회 이름을 짓는 일은 주님이 미워하시는 제9계를 범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식별가능성 여부가 판단 기준
교회 이름을 짓는데 또 한 가지 유념할 일은 이미 다른 교회가 사용하는 이름을 마음대로 써도 될 것인가이다. 시각을 달리해서 우리 교회가 사용하는 이름을 다른 교회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까?
가령 ‘삼성전자’, ‘Google’, ‘Apple’과 같은 기업의 명칭은 그 경제적 가치만 해도 어마어마해서 함부로 도용하지 못하게 법으로 엄격하게 보호한다. 교회의 이름도 그럴까? ‘사랑의교회’, ‘소망교회’, ‘믿음교회’, ‘은혜교회’와 같은 이름을 한 교회에서만 사용하고, 다른 교회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상표(상호)등록을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아니오’이다.
‘믿음’. ‘소망’, ‘사랑’, ‘은혜’는 하나님께서 모든 인류에게 값없이 주신 선물이므로 이를 나타내는 이름도 어느 한 개인이나 교회가 독차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칭은 법에서 상표(상호) 등록 요건으로 요구하는 ‘다른 명칭과의 식별가능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 어느 교회에서 ‘찾아가는교회’라는 명칭의 상호등록을 하였다가 식별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된 반면 ‘광주중앙교회’는 식별가능 하다는 이유로 상호등록에 성공한 케이스가 되었다.
한편 ‘온누리교회’, ‘지구촌교회’와 같은 유명한 교회 이름을 전혀 관계없는 다른 교회에서 사용해도 되는가? 이러한 교회 이름이 상호등록이 되지 않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주지상호’로서 보호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자칫 교회 이름 짓다가 제8계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름값 하는 교회 되어야
성경에 등장하는 이름은 그 영적 의미가 깊다. 여호와 하나님은 약탈자라는 이름 ‘야곱’을 승리자라는 이름 ‘이스라엘’로 바꾸어주시고, 그 후손들을 그분의 백성으로 삼으셨다. 누구나 교회 이름은 주님께 기도하고 은혜롭게 짓는다.
그런데 ‘화목교회’라는 이름을 정해놓고 교인들끼리 서로 분쟁을 일삼는다든지, ‘사랑교회’라는 이름의 교회에서 교인들이 서로 미워한다면 그 이름을 주신 주님께 너무나 죄송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