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재활용품에 새로운 가치와 생명력을 불어넣자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리사이클링 아티스트’ 이태운 작가(72,명성교회 은퇴 안수집사)는 버려진 폐지와 종이박스를 재료로 기독교 예술혼을 녹여낸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태운 작가의 제22대 초대전이 ‘상생과 소멸’ 주제로 지난달 8일부터 6월 9일까지 순복음중동교회(담임:김경문 목사) 해피타임 갤러리홀에서 열리고 있다. ‘리사이클링 아트’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예술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일명 ‘정크 아트’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미술영역이다. 환경문제가 시급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예술 영역에서도 인간과 지구환경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
이 작가는 “버려진 펄프몰드(압축된 종이)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예수님이 사명을 모두 마치시고 죽인 바 되어 버려졌다가 부활하신 사건이 섬광처럼 스쳐갔다. 그 순간 압축 폐지에 예수님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 중 ‘믿음의 백부장(83x61cm, 2016)’은 예수께서 가버나움에 들어가셨을 때 백부장을 만난 장면을 표현했다. 작품에는 초라한 행색을 한 예수의 행색과 달리 화려한 모습의 백부장의 모습에서 시각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작품 속 압축 폐지 요철은 백부장의 갑옷과 투구로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뇌하는 백부장의 얼굴은 예수님의 평화로운 얼굴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과 세상적인 자신의 계급장을 내려놓고 예수께 나아온 백부장의 겸손과 믿음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도 읽어낼 수 있다. ‘베드로의 눈물(112x145cm, 1985)’은 예수를 배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닭이 울기 전에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의 옆모습과 앞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나 역시도 신앙생활을 잘하겠다고 고백하지만 여전히 그러지 못한 삶을 살 때가 많이 있다.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처럼 우리의 삶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반성한 것”이라면서도 “그림의 사선은 새벽이 온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는 곧 새날이 밝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가 ‘리사이클링 아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버려지고 방치된 것들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부터다. 주민들이 사용하다가 버린 가구, 재활용 쓰레기, 방치된 화분과 폐자전거. 그의 손이 닿는 순간, 필요없이 버려진 물건들이 어디 두어도 손색이 없는 예술작품으로 재창조된다.
그는 ‘리사이클링 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2007년 미술교사로 일하다가 퇴직하면서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다가 오디오를 구입했는데, 포장을 풀면서 종이박스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 거기에 그림을 그려본 것이 계기가 되어 펄프몰딩을 작업하는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것이 버려질 물건에 일종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과정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리사이클링 아트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끝’이 절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다. 이 작가는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삶의 과정이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버려진 것을 재활용함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자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자 새로운 생명이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태운 작가는 중앙대학교 통합민족예술대학 순수미술을 전공했으며, 개인전 30회, 기독교미술대전 공모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BARA 명성교회미술인선교회 회장을 역임했다. 제2회 성화대전 대상(1985년), 창작미협 공모전 특선(1984년) 수상했으며, 현재 강동미술인협회 고문,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부회장, 명성교회 은퇴 안수집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