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뿐 아니라 교인과도 마찰 많아
“말 주변도 없고, 낯도 가리는 제 성격상 그나마 주차봉사가 할 만하겠더군요. 차만 보면 되고 사람들이랑 엮일 일도 없을 것 같아 봉사단 명단에 이름만 올려달라고 했죠. 그런데… ”
경상남도 김해시 소재 모든민족교회(담임:박원일 목사)에서 주차봉사를 하는 하병준 안수집사. 그는 결혼 전까지는 교회 문턱도 밟아보지 않았다. 결혼을 앞두고 신부가 ‘교회 출석’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를 지키기 위해 교회를 처음 찾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처음 5년간은 주일 예배만 왔다 갔다 했다. 슬슬 주변에서 봉사를 권유했다. 한 1년을 도망 다니듯 거절했지만, 부탁하는 성의를 봐서 겨우 받아들인 것이 ‘주차봉사’였다.
막상 봉사를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교회에 정착할 수 있었다. 봉사자들과 친분이 쌓였고, 봉사 자체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다.
그렇게 5년쯤 지났을까. 부흥회가 열렸고 하 집사도 전도대상자를 교회로 초청했다. 그날도 봉사를 하는데 교회 인근 주민과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예의를 밥 말아 먹은 듯한 상대방의 태도에 감정이 격해졌다. 대로변에서 말 그대로 ‘대판’ 붙었다. 경찰까지 출동하면서 교회 조끼를 차려 입은 채 지구대로 연행됐다. 문제는 이 모든 장면이 교회로 오던 전도대상자 앞에서 펼쳐졌던 것.
“파출소장이 저더러 교회 다니는 분이 주일에 싸워도 되느냐고 그래요. 그 말을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예배보다 봉사가 우선이었다는 것을요. 제 믿음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깨달았죠. 집으로 돌아와선 아내더러 ‘이제 교회 안 나간다’고 했습니다. 고맙게도 담임 목사님부터 많은 분들이 전화를 해주셨어요. 실수할 수 있다고 위로해주셨죠. 엉망이 됐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고, 우선 봉사만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2년 가까이 봉사를 쉬면서 예배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나 안수집사로 피택도 받았다. 안수집사가 된 이후 교회가 그에게 맡긴 첫 번째 역할은 다름 아닌 주차봉사 부장이었다.
이때부턴 과거의 실수를 거울삼아 어떤 상황이 닥쳐도 큰 소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선에서 대처를 했다. 아무리 내가 옳아도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린다. 상대방이 막무가내로 욕을 하고 수모를 줄 정도가 되면 가끔 옛 본성이 울컥 울컥 올라오곤 하지만, 분명 전과는 다르다.
지금은 부장을 내려놓고 일반 봉사부원으로 섬기고 있는 하 집사. 그는 주변 봉사자들에게 “예배가 먼저”임을 항상 강조한다.
“주차에서부터 예배의 마음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얼굴 붉히고 은혜를 깎아먹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빈 말이라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시면 저희도 힘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도로에서 교통경찰이 우선이듯 교회에서는 봉사자들에게 차량에 관한 모든 것을 일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새신자든 오래 다닌 교인이든, 장로님이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