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 설악면에 우리나라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리던 홍정길 목사님이 계십니다. 그곳 ‘생명의 빛 예배당’은 프랑스 그로노블국립건축대학 디자인과 정교수인 천재 설계자, 신형철 교수가 설계했습니다.
신형철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공동주최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에서 폐기된 채 잠들어 있던 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신형철 교수가 설계한 거친 표면을 가진 배 카페가 가평 교회 밑에 생겼다 해서 오랜만에 친구 목사님 몇 명과 홍정길 목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기쁘고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아 주신 홍 목사님은 이번에 중국에서 사업하던 어떤 분이 굉장히 많은 돈을 사용해 달라고 찾아왔다 하셨습니다. 홍 목사님은 80세가 넘어 이제 하고 있는 일들도 정리해야 하는 사람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도리가 아니라고 사양했지만, “홍 목사님이 꼭~! 사용해 주셔야 합니다”며 하도 간곡히 부탁해서 억지로 일을 맡았다고 하셨고요.
얼마 전 우리나라 NGO 단체장들과 만날 기회가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누군가가 기금 모금에 대해 홍 목사님께 질문을 하신 모양입니다.
홍 목사님은 “여러분들은 모금 많이 하고 싶으시죠? 돈 걱정 없이 일하고 싶고, 성과도 내고 싶으시고요? 하지만 그런 모금을 하기 전에 자신의 신용도(credit ability)를 쌓는 것이 먼저입니다”라고 얘기하셨답니다.
80세 노구를 이끌고 지금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정치, 경제, 문학, 음악, 건축, 심지어 커피(coffee)에 대한 견해까지도 탁월한 견해를 갖고 계신 홍 목사님이 어떤 사업 전에, 모금 전에 자신의 신용도를 먼저 쌓으라고 하신 말씀은 커다란 울림이 됐을 겁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나, 함께 무언가 일을 같이 해본 사람들이 “저 사람은 틀림없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 그런 모습 말입니다. 시간이 가고, 세월이 가고, 그 사람과 만나면 만날수록 신뢰가 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먼저 되라는 홍 목사님의 말씀이 쉽게 잊히지 않는 것은 홍 목사님이 말뿐이 아닌, 그런 삶을 당신이 먼저 사셨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5월 말경에 오픈 예정인 카페는 지금도 굉장히 멋스러웠고요. 그곳에서 마신 커피는 담백한 아름다운 맛이 있었습니다. “이 커피 괜찮지요? 사실 이 커피를 마시면 다른 커피 마시기 힘들 텐데요” 하시며 소년의 미소를 80세 넘은 홍 목사님은 갖고 계셨습니다.
그 깊은 산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끊이질 않았고요. 홍 목사님은 우리 일행과 만나는 사이사이 다른 손님들을 만나곤 하셨습니다.
“금방 돌아올게요. 미안합니다. 잠시 커피 더 드시고 계세요~” 바쁜 듯한 발걸음은 경쾌함 그 자체의 모습이다 싶을 정도로 좋아 보였습니다. 친구들, 홍 목사님, 주변 경관, 맛난 커피, 좋은 대화… 아주 행복한 날이기도 했고요.
부천 성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