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60명 이용가능한 공유사무실·주택 복합공간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의 꿈과 비전 실현 돕는 곳
기독 청년의 ‘소명’은 일터에서 예수를 드러내는 것
과거 노후 공장들이 즐비했던 성수동 거리는 이제 사회적 벤처기업과 IT기업 창업 지원기관들이 들어서면서 ‘핫한’ 젊은이들의 거리가 됐다. 낡은 건축물이 가득했던 공간에 젊은 예술가들과 사회적 기업의 ‘코워킹(co-working)’ 공간이 들어서면서 칙칙했던 도시는 점점 젊은 세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트렌디한 곳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로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조금 뜸해졌다고는 하지만, 이른 아침 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청년들이 가득한 성수동 거리는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자리를 잡은 ‘심(SEAM)센터(대표:도현명)’는 기독교 정신을 갖춘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길러내는 요람과도 같은 곳이다.
지난 9일 심센터와 건물을 공유하고 있는 임팩트스퀘어 1층 카페에서 심센터 도현명 대표(38)를 만났다.
그는 “청년 복음화율이 3%대라고 하지만, 서울숲에 모인 사회적 기업가 중 20%가 기독교인이었다. 이들을 위해 기도하다가 ‘기독교 가치를 품은 청년 사업가를 지원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포부를 안고 심센터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막상 선한 마음으로 창업을 시작해도 혼자 고민하다 그만두는 이들이 많다. 심센터는 이들을 위로하고 지지하기 위한 공간”이라며 “하나님이 주신 소명과 긍휼의 마음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들이 꿈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가치’의 사회적 기업 운영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는 성수동에 위치한 심센터는 기독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자 공유사무실과 공유주택이 결합된 복합공간이다. 165㎡(50평)의 공간에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두 채의 건물을 활용해 마련된 공유사무실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최대 16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이 갖춰져 있다. 건물 1층에는 카페가 상시운영되고 있으며, 사회적 기업가들 간의 협업 및 네트워킹이 가능한 세미나실, 개인 업무공간, OA실, 미니카페, 전시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도 대표는 “심(SEAM)센터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미션의 약자로(Social Entrepreneurship And Mission)로 기독교적 가치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크리스천 청년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서는 삶을 통한 훈련이 필수적”이라며, “‘쉐어하우스’는 신앙을 통해 전인격적인 변화를 돕기 위한 공간으로 현재 6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센터에는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어렵거나 사업의 어려움을 겪을 때 별도의 공간에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할 수 있는 ‘기도실’이 마련돼 있다. 또 매주 수요일, ‘수요 신우회’ 모임을 통해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공유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도 대표는 “안락하고 편안한 삶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청년은 항상 고민하고 정진해야 한다고 본다”며 “기독 청년들이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붙잡고 믿음으로 결단할 때 사회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센터의 목표는 하나님께 받은 소명을 사회에 구현하는 크리스천 청년 사회적 사업가를 키워내는 일이다. 심센터가 설립된 지 6년이 지난 지금은 눈에 띄는 열매를 마주하고 있다.
도 대표는 “4년 전, 보육원 출신의 한 친구가 찾아와 자신의 사업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보육원에서 퇴소했지만, 직업을 갖고 결혼해 가정을 일구고 있기에 보육원 퇴소생 중에서는 최상위의 환경에 속했다. 그런 친구에게 하나님이 보육원 출신의 남은 아이들을 돌아보라는 마음을 불어 넣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친구는 정확한 사업의 내용은 설정하지 않은채 ‘브라더스 키퍼’라는 이름만 들고 왔다. 일반 기업이라면 상상도 못하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명확한 소명과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고백을 듣고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설립된 것이 김성민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 키퍼’다. 브라더스 키퍼는 벽면녹화 및 미세먼지 저감 전문기업으로 크게 성장하게 됐고 모든 직원을 보육원 퇴소생으로 고용함으로써 사회적 상생을 이뤄가고 있다.
도 대표는 “심센터의 사역을 만나지 못했다면, 김성민 대표의 꿈도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라며 “이처럼 빵에 떨어진 누룩과 같이 희망이 없는 시대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의 누룩 될 ‘청년 사업가’ 육성
심센터는 5주간의 훈련과정을 통해 청년들이 일터에서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발견하고, 모든 위기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찾고 극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심센터의 ‘굿 이스트(Good Yeast) 스쿨’은 하나님이 주신 긍휼의 마음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들이 전략적으로 준비하도록 지원하며 초기창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굿 이스트(Good Yeast) 펠로우쉽’은 창업 아이템은 있지만, 초기 자금이 부족한 기독청년에게 최대 2년간 자금을 후원한다.
도 대표는 “저희의 정체성은 교회가 아닌, 일터 속 교회”라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청년들의 시각에서 눈높이에 맞춘 조언을 해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청년들은 자신의 롤모델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벤처기업가들의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
이어 그는 “10년 정도 앞서간 신앙 선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 길을 선택하면 망할 것 같고, 두렵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그렇지만은 않다, 이 길도 괜찮으니 한번 가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미 사회적 사업가로 살아가는 선배들의 말이다 보니 조금 더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 대표 역시 처음부터 기독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본래 게임회사에서 직장 일을 하던 그는 평범한 삶에 안주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결단하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나님이 불편한 마음을 계속 주신다면 자신의 삶을 재고해볼 것을 주장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제 안에는 사회를 향한 긍휼의 마음이 늘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안락하고 편안한 삶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명, ‘긍휼의 마음’에서 시작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가가 되기 위한 청년의 중요한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사회적 기업가가 되기 위한 첫 시작은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이라며, “그 마음은 인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장점을 가진 이들이 이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많은 청년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싶어하지만 그 뜻을 알지 못해 방황한다. 그러한 청년들에게 하나님의 소명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들이 하나님의 요청에 응답할 때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독 청년들이 당장 창업에 뛰어들거나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공무원이든 대기업에 가든 교사가 되든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일터에서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 대표는 “어느 일터 영역에 있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크리스천은 자신의 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소명’은 이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과 긍휼의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돕고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고자 하는 ‘누룩과도 같은 청년’들이 이 시대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