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란 무엇인가’부터 절기별 52주 기도문까지 폭넓게 다뤄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좋다. 준비된 말로 간절하고 간결하게 드리는 대표기도가 바람직하다.”
CBS의 PD로서 수많은 방송 선교프로그램을 연출하고, 문인협회 회원으로 다수의 수필집과 명상집을 펴낸 경천교회 이광천 장로가 교회의 예배시간에 행해지는 공중대표기도의 방법을 한권의 책에 담았다.
이 장로의 신간 ‘대표기도 이렇게 해봅시다’(창과현)는 그의 첫 번째 기도집 ‘함께 드리는 기도’가 나온지 28년, 두 번째 기도집 ‘새벽의 기도’가 출간된 지 20년 만에 나온 기도와 관련한 세 번째 책이다.
이 장로는 “오랜 기간 방송 PD생활을 했기에 당시에는 프로그램 제작 때문에 시간에 쫓겼던 탓도 있었지만, 자연 내용이 너무 시사적인 사건·사고가 곁들여져서 은퇴를 한 후인 지금에 와서 읽어보니 더러는 옛 신문 기사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며 “기도집이란 언제 어느 때 펴 놓고 읽어도 늘 마음에 와닿는 책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늘 나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방송 은퇴 직전에 펴냈던 ‘기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를 읽어봐도 그런 기분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인생의 80세에 이르러 다시금 이 기도집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장로는 “대표기도란 언제나 어려운 일”이라며 “무엇이 바르고 옳은 기도인지 잘 알 수는 없다. 노회에서나 장로들의 모임에서 자주 들은 얘기는 기도 중에 주일날의 강단에서 드리는 대표기도가 가장 어렵다고 해서 나의 선후배 동료 장로들을 돕겠다는 뜻에서 이 기도집을 새로 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기도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이 장로는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을 기도의 표본으로 제시했다. 주기도문을 요약해보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 대한 찬양’과 ‘회개’, ‘감사’, ‘간구’로 이뤄져 있다. 이 장로는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기도는 어떠한가?”라고 물으면서 “우리는 흔히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과 그 뜻을 살피기보다는 자신의 소유욕을 더 많이 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셨는지의 여부에는 상관없이 거의 일방통행 식으로 기도를 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의 예배 시간에 행해지는 많은 공중대표기도 역시 그 내용과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하나님이 창조하여 우리에게 주신 자연이 오염되고 마구 파헤쳐져 중병을 앓고 있어도 대표 기도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교회에서 행해지는 대표 기도자의 기도 소리가 성도들의 마음을 넘어 과감히 교회의 담장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도의 울림이 우리 사회와 이 민족에게 전파되어 빛을 발하는 촉매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중언부언하는 기도’에 대해서도 일침했다. 대표 기도자가 아무 준비도 없이 기도를 하다가 말이 막히면 계속 ‘하나님’을 연발하고, 말을 더듬다가 또 ‘주님’, 다음 말을 생각하기 위해서 일반 사회에서는 잘 쓰지도 않는 “간절히 빌고 원하옵고 원하옵나이다”라는 옛 조선 시대의 말을 지금도 남발하는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것.
이 장로는 “준비되고 정선된 말로 간절한 기도를 간결하게 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기도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언제나 응답을 기다리는 자세를 버리지 않는 것이 기도자의 올바른 자세임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 기도자의 말
책의 핵심은 기도의 개념과 방법이 담긴 1부 ‘기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와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대표기도문이 담긴 2부 ‘교회 절기 및 특별 예배’와 3부 ‘52주 주일예배 대표기도’다. 이밖에 현장감을 더하기 위해 여러 교회 장로 및 권사들의 실제 대표기도문을 수록한 4부로 구성됐다.
이가운데 1부의 ‘공중 대표기도자의 용어 선택’ 부분은 예배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고어(古語)와 한문 투의 말이 현대의 말과 혼용되어 있는 기도를 예시로 들었다.
“죄악이 관영한 땅에서 살아가는 저희를 버려두지 마옵시고, 주의 성령께서 지켜 주시사 우리의 믿음이 일취월장케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빌고 원하옵고 원하옵나이다.”
제시된 기도문에서 ‘일취월장’이라는 표현은 한문에 익숙했던 신앙의 선배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요즘 초중고등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또한 “간절히 빌고 원하고 원하옵나이다”는 표현보다는 “간절히 빕니다”라는 간결한 언어가 좋다고 제시한다.
이밖에 △하나님 앞에서 가르치려 들거나 설교 투의 말을 사용하지 말 것 △지나치게 문학적이거나 철학적인 용어를 동원하지 말 것 △옛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나 웅변가의 음성을 어조를 피할 것 △시종 우는 음성으로 기도하지 말 것 △절대로 자기중심으로 하는 기도는 피할 것 등을 권장했다.
한일장신대 총장을 지낸 정장복 교수는 ‘추천의 글’에서 “본서는 저자가 CBS에서 30여 년 동안 청취자를 향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기도에 대하여 느끼고 경험한 바를 대표기도에 대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라며 “하나님의 나라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또한 교회에서 주일 대표기도를 맡은 장로님들에게 대단한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소개했다.
예장 통합 증경총회장을 지낸 경천교회 원로 김순권 목사는 ‘격려의 글’에서 “책에 담긴 신년 예배의 기도부터 교회 절기와 계절에 따른 기도 예문들은 누구든지 기도를 부담 없이 인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책의 이름처럼 기도 인도자들을 부담 없이 기도에 임하게 만드는 책이다. 기도가 잘못되면 추상적일 수 있다. 그런데 이광천 장로의 기도 예문은 매우 현실감이 있으며 하나님 앞에서 대화로 아뢰듯 마음을 움직이는 기도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