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려요? 뭐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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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려요? 뭐시가요?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0.12.0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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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 134

‘수능한파’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능시험 보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추위를 일컫는 말인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날, 전국 대부분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추웠습니다. 게다가 강풍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아진 날씨이기도 했구요.

아침 9시쯤부터 교회에 한 사람, 두 사람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지하 중예배실에서 수능을 위한 기도회가 시작 되었기 때문인가 싶었는데요. 수능기도회는 기도회대로 진행하고, 조경부가 교회 나무들 전지를 했는데 그걸 정리하고 교회 앞 화단에 예쁜 짚으로 만든 옷을 입히기 시작한 겁니다.

추위와 함께 교회 나무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조경부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칠 수 있었는데요. 하루 종일 추위와 씨름한 성도들임에도 불구하고 박경수 조경부 부장님을 중심으로 부교역자 포함 10여명이 큰길가에 트리 조명까지 멋지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도회는 기도회대로 진행하고, 우리 각자가 할 일은 추위와 관계없이 묵묵히 기쁨으로 감당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귀하게 보였습니다.

다음날은 교회 김장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여기저기 도와달라는 곳까지 합쳐서 올해 김장은 1,300여 포기를 하게 된다는데요. 또 아침부터 추위가 득달같이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성도들이 올까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구환 권사님과 정점례 권사님을 중심으로 70여명 가까운 성도들이 모였습니다.

무는 왜 이렇게 크고 실한지요? 파는 왜 이렇게 많은지요? 김장을 하는데, 공사 현장에서 세면 비빌 때 쓰는 기계가 윙~ 하고 돌아가며 고춧가루 양념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혼자하면 노동, 함께 하면 축제~!” 이 말이 딱 맞는 말입니다. 힘들고 고단할 텐데도 뭣이 그리 우스운지 여기저기 깔깔거리는 소리가 싱그럽게 들리구요. 추위와 코로나 때문에 얼마든지 움츠리고, ‘이런 상황에 어떻게 모여 김장을 해?’ ‘이런 추위에 무슨 교회 정리를 해?’ 해도 할 말이 없을 텐데요~ 우리 성도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하는 멋진 성도들이 었습니다.

오늘 김장 준비는 끝났구요, 내일 이제 배추가 오면 버무린다는데요. “목사님~ 내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할게요” 하는 김구환 권사님의 소리도 얼마나 자신감이 잔뜩 들어갔는지요! 김장 천 포기가 아니라, 만 포기도 금방 해낼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게 성만DNA이지 싶구요.

뭔가 움츠리고, 핑계하고, 주눅 드는 상황에서도 그런 것과 관계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찾아 해내는 모습 말입니다. 경제도, 지금의 한국이 돌아가는 상황도, 우리 교회가 처한 환경도 그리 좋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멋지게 행복하게 긍정적으로 뭔가를 해내는 성도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드는 날입니다. 갑자기 추위가 도망가고, 따뜻한 햇볕이 드는 느낌은 뭐죠??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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