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문서에서도 발견된 어구라고 하지만, 저는 ‘요즘 애들은...’ 이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과거와 현재의 어린 친구들을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비교하며, 도덕적이나 인성적인 면에서 요즘 애들이 다르거나 퇴보되었다고 이야기할 때 주로 쓰이는 표현이죠. 제 나이가 이제 서른둘이지만, 벌써부터 제 또래에서도 이런 유의 표현을 들어, 요즘 애들을 묘사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의 논리를 가만 보면 애초에 비교군이 잘못 되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땐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고, 요즘 애들을 떠올릴 땐 뉴스를 떠올리는 것이죠. 보통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주변인으로 두는 경우가 많고, 뉴스에는 자극적 기사가 많이 뜨기에 당연히 양 측의 도덕성에선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표본 집단을 잘못 설정한 오류이지요. 시대를 막론하고, 소위 막나간 학생들은 항상 있었고, 역시 평범하거나 얌전한 학생들 또한 항상 있었습니다. 물론 변화하는 시대상이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없진 않겠으나, 집단 전체의 인격적 수준을 저하시킬 만큼의 영향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결국, 우리가 오늘날의 젊은 청년들을 ‘다른 세계사람’으로 종종 바라보지만, 조금만 더 심도 있게 그들을 관찰한다면,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힙합을 통해서 ‘그다지 다르지 않은’ 오늘날의 친구들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합니다.
그 첫 순서로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를 이야기 해 볼까요? 젊은 친구들을 향해 이런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을 흔히 봅니다. “요즘 애들은 혼자 활동하는 걸 좋아하고, 사교성이 없어.”
글쎄요. 힙합의 주요 문화 중에 크루(Crew)라는 것이 있습니다. 비슷한 성향을 지니는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입니다. ‘흔히 소속사라고 하는 그거냐?’ 라고 물으신다면, 계약 관계에 얽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어디까지나 친목 모임입니다. 참여와 탈퇴도 자유롭고, 계약이 아닌 친분을 통해 형성됩니다. 재밌는 것은, 아티스트들은 소속사보다도, 이 크루를 중심으로 활동합니다. 계약 관계에 얽히지도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집단을 형성하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크루에 소속된 다음부터는 그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뻐합니다.
또 하나, ‘샤라웃(Shout out)’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개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보통 자신의 곡, 혹은 SNS 계정에서 샤라웃이 이루어집니다. 실제 용례로 기록해 본다면 “난 00를 지지해!” “난 00가 음악을 잘한다고 생각해!”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 샤라웃의 목적은 어떤 개인과의 친분을 과시할 때, 혹은 그 개인과의 친분을 맺고 싶을 때 주로 활용됩니다. 달리 말해 “나 얘랑 친해”, “나 너랑 친해지고 싶어” 이러한 행위인 것이죠. 그리고 이 샤라웃은 요즘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그 외에도 집단을 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SNS에서 끊임없이 다른 아티스트를 태그 한다든가, 개인이 앨범을 내더라도 피쳐링(다른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려, 오롯이 혼자 녹음한 곡을 이젠 찾기 힘들 정도지요.
요즘의 청년들이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야성을 지닌 들개들 같아도, 그 내면을 살펴보면 외롭고, 혼자 있기 싫어하고, 사람들의 관계를 중시여기는 이전 세대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양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상황이나 능력의 부재로 혼자가 된 친구들은 있어도, 스스로 혼자가 되길 원하는 친구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것을 잘 보여주는 용어로 ‘아싸, 인싸’ 라는 것이 있을 겁니다. 이 용어는 요즘 청년들의 관계에 대한 불안함과 염려가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아싸’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인싸’인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관찰합니다. 그러면서도 ‘인싸’로 분류되는 친구들조차 언제든 ‘아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가운데 살아가곤 합니다. 결국 이들은 여전히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합니다.
다만, 시대가 만든 차이는 있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관계로 인해, 어떻게 사람을 만나야 할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갑작스런 오프라인 관계를 요구할 경우 산고양이처럼 화들짝 놀라 도망가 버리곤 합니다. 이들의 외로움을 인지하고, 그것을 채워주되 이들에게 익숙한 문화와 방법으로 다가간다면, 그래서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쩌면 기성세대가 젊은 시절 마주했던 이야기들, 고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20대의 청년들을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