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마다 선교관 하나씩 설립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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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마다 선교관 하나씩 설립하면 어떨까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3.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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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작지만 강한 선교적교회 '빛과소금의교회'를 가다

발상의 전환이 체질화성장보다 교회 낳기에 전력

개방적 의사소통 통해 현장의 필요에 신속하게 대응

지난 2014년 세워진 탄지니아 빛과소금의교회. 장창영 목사(오른쪽 끝)는 “교회를 낳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세워진 탄지니아 빛과소금의교회. 장창영 목사(오른쪽 끝)는 “교회를 낳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선교사 게스트 하우스라고 하면 대형교회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경기도 구리의 신도시 갈매지구에 위치한 빛과소금의교회(담임:장창영 목사)는 최근 새로운 개념의 선교사 게스트 하우스를 오픈했다.

교회 인근의 신축 오피스텔 가운데 1개 방을 월세로 계약하고, 이곳을 전적으로 선교사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보증금 500에 월세 50. 이밖에 시설비 200만원 정도가 지출된 금액의 전부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버젓한 게스트하우스를 완성했다.

누군가는 금액만 보고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콜럼버스가 달걀을 뒤집었을 때에도 그랬다. 인류의 역사가 강변하듯 발상의 전환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빛과소금의교회에게는 이런 발상의 전환이 몸에 밴 체질이다. 상가교회임에도 개척 13년 만에 20여개 교회를 분립개척 또는 입양하고 이 중 16개를 활발하게 정착시켰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따랐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비결이 뭘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교회로 찾아가 봤다.

 

교회를 낳는 교회

빛과소금의교회는 청장년 약 170명과 중고등부 포함 다음세대 80여명 등 매주 250명가량이 출석한다.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형교회들과는 비교가 어렵다. 규모와 관계없이 교회가 꾸는 꿈은 원대하다. 100개의 교회, 1,000명의 선교사, 10,000명의 지도자를 통해 전 세계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한다는 비전백천만을 세우고 이를 완수하기 위해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이 교회를 이끄는 장창영 목사는 교회를 세우는 일을 생명을 낳는 일로 표현한다. 그리고 교회를 낳는 것이야말로 사도행전적 교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국내에서 분립개척의 방법으로 낳은 한국인 교회만 10. 해외 입양 교회까지 포함해 이 교회가 낳은 교회만 22개에 달한다. 그 가운데 6개는 자립에 실패했지만 16곳이 자립에 성공했다. 개척이 어려운 최근 한국교회의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정착률이다.

장 목사는 건물보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분립개척의 모델을 정착의 비결로 꼽았다. 새로운 교회를 낳을 때 결코 서두르지 않는 것이 예배당 구입이다. 대신 예배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먼저 집중한다. 건물은 다음이다.

빛과소금의교회 주일 예배 모습.
빛과소금의교회 주일 예배 모습.

건물의 형태도 가급적 상가를 지향한다. 부동산에 드는 비용이 클수록 정착 실패 시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부지에 세워진 단독 건물은 교인수가 늘지 않을 경우 파산의 위기가 쉽게 찾아올 수 있다. 무리하게 은행 빚까지 졌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성도들의 몫이다.

장 목사는 일부 대형교회들이 자신들을 브랜드화하고 하나의 교회로서 무한성장 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교회가 분리되지 않고 홀로 성장을 독차지 하는 것은 결코 성경적인 모습이 아니다. 사도행전의 가르침은 교회가 교회를 낳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를 낳는 일이 계속될 때 복음이 땅끝까지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교도 발상 전환이 필요

장창영 목사는 모든 선교지에 선교사를 직접 파송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상가 교회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다. 이 교회가 택한 모델은 입양이다. 보통 구호개발 NGO들이 행하는 자매결연모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선교지 교회 입양에서는 현지 한국인 선교사가 중간다리 역할을 합니다. 지역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교회를 선정해 소개하고 우리 교회는 운영위원회를 거쳐 입양 여부를 최종 결정합니다. 입양이 이후에는 재정적 지원이나 목회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지원의 방점은 재정보다는 교육에 찍혀 있다. 선교지 교회들은 한국에 비해 목회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목회 역량을 강화해주는 것이 입양의 핵심이라는 것. 장 목사는 돈으로 밀어주면 성장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립이 안 된다그게 우리가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현지에 찾아가 제직세미나와 부흥회를 인도하고 단기팀을 꾸려 현지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지 교회들은 장 목사가 직접 입양교회들을 순회하며 진행하는 목회세미나를 특히 반긴다.

교육의 효과일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입양교회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교회 담을 넘으면 지역으로 확산된다. 장 목사는 이것을 입양-성장-확산의 모델로 소개했다. 입양 교회의 이야기가 지역에 소문이 나면 주변 교회들로부터 요청이 들어온다. 이후에는 한국의 다른 교회들을 소개해 입양절차를 밟도록 돕는다.

빛과소금의교회가 최근 오픈한 선교사 게스트하우스.
빛과소금의교회가 최근 오픈한 선교사 게스트하우스.

현장의 필요를 채우는 교회

빛과소금의교회는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일에도 사역의 우선순위를 둔다. 신도시로 이전하기 전 대학 캠퍼스 근처에 위치했을 때는 대학생들을 위한 학사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은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예 ECC라는 교회의 부설기관을 설치해 이 일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ECC에서는 초등성품교실과 성경교실, 요리교실, 종이접기교실, 음악교실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각 프로그램마다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ECC 프로그램 신청자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실시한 어린이 돌봄교실은 특히 호응이 높았다. 20명의 참가 학생들 가운데 2명을 제외하면 모두 교회 밖에서 온 인원이었다. 노골적인 전도를 하지 않았음에도 교회 출석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중요한 점은 방학 돌봄의 경우 교회에서 계획하고 실행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의 맘카페가 교회로 찾아와 직접 요청을 했다. 신도시의 특성상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교회가 방학 중 자녀 돌봄에 힘을 보태주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긴급한 방학 돌봄도 계획하고 있다.

선교사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 것도 선교 현장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말 멕시코 선교사가 교회를 찾아 금요집회를 인도했는데, 마땅히 모실만한 곳이 없었다. 이웃의 큰 교회 선교관으로 안내하고 돌아오는 길에 하나님께서 장 목사의 마음에 감동을 주셨다.

일을 할 때 왜 꼭 큰 빌딩이나 빌라를 사서 크게 하려 하느냐는 음성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지혜를 주셨죠. 교인들에게 이 마음을 전했더니 의외로 선교사 게스트 하우스를 꿈꾸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성도는 보증금을 헌금하셨고, 십시일반으로 월세 부담을 나눴습니다.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면 대형교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마다 오피스텔 방 하나씩 게스트하우스로 세운다면 한국 선교사님들께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장 목사는 자립을 이룬 교회들에게 이 모델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가 모여 커다란 움직임으로 확장되기를 소원하고 있다.

장창영 목사는 한국의 자립한 교회들에게 '1교회 1선교관 세우기' 운동을 제안했다.
장창영 목사는 한국의 자립한 교회들에게 '1교회 1선교관 세우기' 운동을 제안했다.

한편 빛과소금의교회는 30~40대가 교회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당회보다는 세대별 대표들이 참여하는 공동의회를 통해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권위적이지 않고 개방적인 구조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했다. “세상과 소통하고 필요 중심적인 전도를 하려면 개방적인 의사소통과 투명한 재정 운영은 필수라며 교회 운영에 있어서 3040의 상식에 맞게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복음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변화를 추구할 때 역사가 일어난다고 말하는 그의 눈은 확신에 차 있었다.

교회는 앞으로도 교인 수 300명 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교회의 몸집을 불리는데 관심을 갖는다면 지금처럼 지역사회를 돕고 선교하고 건강하게 교회를 낳는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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