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심 거부하고 새로운 소송 제기함에 따라 또다시 ‘권징’ 대상
박경배 목사는 ‘제명’ 상태에서 소송, 유만석 씨는 ‘면직’ 효력 발생
송촌장로교회 박경배 목사가 총회를 상대로 제기한 ‘제명판결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취소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취소함에 따라 박경배 목사는 ‘제명’ 상태로 돌아갔다. 또한 가처분 취소로 박경배 목사가 지난 10월 제기한 소송은 ‘별도의 소송’이 됐으며, 원점에서 법리 검토와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지금까지 박경배 목사는 자신이 낸 소송이 가처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처분 결정 자체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소송이 시작됐으며, 박경배 목사는 42회 총회 결의와 교단 헌법을 위배하고 ‘사회법 소송’을 제기해 또다시 권징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가처분 소송은 ‘본안 소송’을 전제로 한다. 어떤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권리를 다툴 때 자신의 임시 지위를 법원이 정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박경배 목사는 지난 9월 열린 42회 총회 직전에 총회 재판국이 내린 제명판결의 효력을 정지한 상태로 참석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박경배 목사는 총대들 앞에서 발언의 기회도 가졌다. 그런데 가처분 결정은 최종적인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법적 효력은 대법에서 확정판결을 받음으로써 발생한다. 그래서 ‘본안 소송’을 해야 한다. 박경배 목사의 주장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가처분의 후속조치로 본안 소송을 제기한 것이지 절대 새로운 소송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왔다.
순서를 짚어보자. 박경배 목사가 ‘제명판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은 6월이다. 결론은 8월 13일에 났다. 소송을 제기한 권징 당사자 가운데 박경배 목사는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총회 재판국 판결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이 결정이 나자 당시 이주훈 총회장은 “교단을 분열하려는 죄가 명백하다”며 판결에 불복하고 본안소송에서 시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효력정지 결정에 ‘본안 판결 확정시’라는 단서가 달려 있었기에 본안에서 최종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본안은 총회가 낼 수는 없었다. 가처분 당사자만 낼 수 있다. 그래서 이주훈 총회장은 8월 29일에 ‘제소명령’을 신청했다. 제소명령을 받은 채권자는 20일 내에 본안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 사이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 9월 3일 제42회 정기총회 둘째 날, 신임 장종현 총회장은 총대들의 결의에 따라 ‘특별재심원’을 구성하고, 지난 재판 당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재심을 실시하기로 했다. 물론 박경배 목사도 재심 대상이었다.
장 총회장은 특별재심원이 조직된 후 첫 모임에서 “이번 조사를 통해 한 맺힌 사람은 풀어주고, 개인적으로 총회에 재정적인 피해를 입힌 사람은 반납하도록 하는 결론에 이르길 바란다”면서 “억울하고 어려운 일을 당했다고 해도 대화로 풀고, 교회법에 근거해야지 사회법에 고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교회법의 권위를 세우는 조사가 되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만약 박경배 목사가 ‘억울한 피해자’라면 특별재심을 통해 명예가 회복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신임 총회장과 교단법을 신뢰하지 않았고 결국 사회법을 선택했다. 제소명령 마감일인 9월 18일에 본안 소송을 낸 것이다. 명칭은 ‘권징재판 무효 확인의 소송’이다.
박경배 목사는 새로운 소송이 아니라고 했다. 제소명령을 이행한 것뿐이기 때문에 가처분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본안을 내지 않으면 가처분이 취소되기에 자신의 권리를 보존하기 위한 소송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총회는 박경배 목사의 소송을 ‘새로운’ 사회법 소송으로 판단했다. 이미 특별재심이 결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법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총회와 교단법의 권위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검찰 고발로 직전 총회장 ‘무고’에 이어 총회 상대 소송까지
백석총회는 이 소송이 박경배 목사의 주장대로 가처분의 연장인지, 아니면 새로운 별도의 소송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 재판부에 ‘가처분 취소신청’(2019카합294)을 냈다. 이 재판부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곳이다.
그 결과, 법원에서는 기간 내에 정해진 법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2019년 8월 13일에 내려진 가처분 결정을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가처분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소송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기한 내에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총회가 요청한 제소 기한은 9월 18일까지였다. 하지만 박경배 목사는 11월 12일이 되어서야 가처분 사건에 관한 본안의 소를 제기했다고 자료를 냈다. 약 2개월 가량이 지나서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그 사이 본안 소송은 오는 18일로 심리 일정까지 잡혔다.
박경배 목사의 주장과 달리 법원은 ‘별도의 소송’으로 판단했다. 이는 민사집행법 제301조와 제287조에 따른 결정이다.
법원은 ‘민사집행법에 규정된 본안의 소의 부제기 등에 의한 가처분 취소는, 채권자에게 본안의 소를 제기할 것을 명하고 채권자가 본안의 소를 제기하였다는 등을 증명하는 서류를 일정한 기간 이내에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 가처분 명령을 취소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박경배 목사는 총회 인사들에게 가처분의 연속적인 소송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법적 절차는 밟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 입장에서는 가처분의 연속선상에서 소송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 가처분 효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박경배 목사가)제소명령신청이 권리 남용이라고 주장하나,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일시 정지됐던 수원명성교회 유만석 씨의 ‘면직’ 효력도 살아났다. 유만석 씨는 총회의 징계에 불복하고 교단을 이탈하며 새로운 총회를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안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상실했다. 다만 가처분 결정이 취소됨에 따라 ‘면직자’라는 불명예는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예정이다.
사회법 소송자를 면직하는 교단 헌법에 대해 박경배 목사는 “이주훈 목사가 가처분 취소 신청을 냈으니 이주훈 목사도 면직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처분 취소 신청은 이주훈 총회장이 제기한 것이 아니다. 이주훈 총회장 때에 있었던 소송이기에 대표권자 변경 없이 가처분 취소신청을 낸 것뿐이고 이후 모든 소송을 총회장이 인계받았다. 박경배 목사가 낸 본안 소송 상대가 백석총회이고, 대표권자인 총회장은 장종현 목사이기 때문이다.
가처분 결정이 취소됨에 따라 총회가 내린 ‘제명’ 판결의 효력은 살아났다. 또한 박경배 목사는 교단법에 따른 총회의 특별재심에도 불구하고 사회법을 선택했기에 또다시 ‘권징’ 대상에 해당됐다. 그동안 총회 핵심인사 몇 사람이 박경배 목사를 만나 소취하를 권고했었다. 하지만 박 목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로운 소송으로 보도한 본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경배 목사를 제외한 나머지 재판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특별재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박경배 목사는 사회법 소송 뿐 아니라 이주훈 전 총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등 무고(誣告)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부총회장의 지위에서 총회장에 대해 온갖 의혹을 제기하였으나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고, 지난 회기 불법 집회를 주도하면서 결국 허위 사실에 속은 목회자들이 교단을 이탈하게 만든 책임은 쉽게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