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다섯 번째 칼럼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말하려고 합니다.
‘글쓰기는 귀찮습니다.’
네, 이게 사실입니다. 개요와 같은 큰 틀 뿐만 아니라 맞춤법, 가독성, 표현 같은 자잘한 부분들도 신경 써야 하지요. 그리고 그 글을 남들에게 내어보여 아픈 평가도 받아야 합니다. 여간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아니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왜 글쓰기를 지속해야 하는 걸까요? 여기에 대한 답을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유익을 알게 된다면, 그래도 이 귀찮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지 않을까요?
글쓰기가 주는 첫 번째 유익은, 생각의 정돈입니다.
우리가 당연히 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논제를 한 번 제시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왜 라면은 몸에 해로운가?”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자, 우리는 이 질문에 익숙하고 그 동안 쌓인 정보를 통해서 쉽게 대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우리에게 막상 이것에 대해서 청중 앞에서 말해보라고 하거나, 글을 쓰라고 한다면 생각보다 어렵고 머뭇거리게 될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생각들은 마치 옷방의 정리 되지 않은 옷들처럼 어지럽게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생각이 필요한 순간에 그것을 찾아내어 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치 작년 이마트에서 산 청바지가 분명히 옷 방에 있긴 할텐데, 찾기 힘든 것처럼요.
글쓰기는 이렇게 어지럽게 널려 있는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생각을 하나 하나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와중에 적합하지 않은 논지는 스스로 걸러낼 수 있기도 합니다. ‘라면을 먹으면 살 쪄서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잠깐. 라면이 칼로리가 얼마지? 응? 500kcal밖에 안 되네?’ 머릿속 생각의 형태로만 있을 때는, 그 생각에 천천히 집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검증 과정을 미처 갖지 못했다면, 글로 시각화된 나의 생각을 천천히 보는 와중에 이처럼 자가 검증이 발생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평소 어떤 주제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한 번쯤 글로 차분히 풀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순간에 의견을 차분히 개진해 나갈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