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1524년)(8)
상태바
혼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1524년)(8)
  • 주도홍 교수
  • 승인 2019.10.16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64

수도원 개혁

츠빙글리에게 수도원은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되어야 했다. 사치와 낭비로 망가지고 있는 수도원은 청빈한 삶을 추구해야 하며, 탐욕적인 사람들은 수도원을 떠나야 하고, 수도원 재산은 부자들의 자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츠빙글리는 이를 부의 분배라는 차원에서 강조하는데, 이렇게 할 때 가난한 사람이 줄어들어 결국은 그 혜택이 부자에게도 돌아간다는 것이다. 
 

토지, 이자 개혁

교회개혁에 이어 츠빙글리는 사회개혁을 제시한다. 츠빙글리가 생각하는 사회개혁은 교회개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라는 전제에서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은 나눌 수 없었다. 츠빙글리에게 토지제도와 이자 제도는 마땅히 개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서는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게 된다. 이자와 토지로 무거운 부담을 국민에게 부과하고 있고, 나라 사랑의 관점에서도 개혁해야 하는 마땅한 과업이며 의무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은 서로 도와주고 나누며,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꾸어주며 살아야 합니다.”(눅 6:30~35; 행 4:32) 가난한 농부들이 토지를 담보로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면, 결국은 토지를 잃게 되고, 사는 곳을 떠나야 하는 슬픔에 처하게 된다.

츠빙글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에게 착취당하고, 결국에는 종속되는 신세로 전락하는 현실을 개혁해야 할 비정상으로 보았다. 츠빙글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둘이다. 먼저 이자를 낮추고, 다음으로 이자를 없애는 것이다. 이율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10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이자가 급격하게 줄어 결국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농부들은 삶에 기쁨을 누리고 안정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고, 수공업과 장사하는 일 등 다른 직업은 축소될 것으로 생각했다. 츠빙글리는 자기 손으로 하는 농사가 노동의 기쁨을 줄 뿐 아니라, 도덕적 삶과 평화를 위해 “가장 가치 있는 일”로 평가한다. 

츠빙글리는 소작은 인정하면서도 수확량에 따라 토지 사용료를 내는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한다. 소작농을 향한 고정된 토지 이자, 무리한 지대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규정”(eine grundfalsche Erklaerung)으로 개혁의 대상이었다. 잘못된 소작법에 따른 십일조세를 츠빙글리는 가장 시급하게 개혁되어야 “하나의 오용”으로 생각했다. 수도원을 위시한 여러 기관이 이러한 토지 십일조를 그들이 가진 “봉인된 서류” 규정에 따라 주장하는데, 하나님의 영광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로 취리히 시의회를 통해 “평화롭게” 해결하려고 했다. 츠빙글리가 제시하는 십일조 개혁은 두 가지이다. 먼저, 평화적 조치로서 수사와 사제, 수녀들, 곧 기득권자들이 죽는 날까지 평화롭게 살도록 기다리되, 그들의 자리를 더는 계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십일조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각 지역공동체 안에 있는 가르치는 자들과 가난한 자들의 생활을 돕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