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책들을 읽다보면 제각기 읽히는 속도가 확연하게 다름을 종종 느낍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루는 내용에 대한 차이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문장 구성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자신의 문장 안에 들어 있는 돌과 잡초를 잘 제거해서 쭉 뻗은 고속도로와 같이 문장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그러면 글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는 돌과 잡초는 어떤 것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흔하면서도, 제거했을 때 가장 미끈한 맛을 살릴 수 있게 되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수식언과 수식 받는 말을 붙이지 않는 실수’입니다. 자 설명이 조금 어렵지요? 바로 예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정효민 목사는 빠르게 성경 구절을 읽어 내려갔다.’
얼핏 보면 별 문제가 없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어순만 바꾸면 문장이 아주 미묘하게 더 미끄러워집니다.
‘정효민 목사는 성경 구절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자,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제발 느껴지셨기를…;;) 저 문장에 있는 수식언은 ‘빠르게’입니다. 그리고 빠르게가 수식하고 있는 단어는 ‘읽어 내려갔다’이지요. 때문에 연결 관계인 이 둘을 붙여야 하는데, 이 둘이 떨어져있을 경우 읽는 사람의 뇌는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첫 문장의 경우로 말하자면, ‘성경 구절을’ 부분을 읽는 동안 뇌는 주인을 찾지 못한 ‘빠르게’를 계속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거죠. 이 작은 차이가 문장을 읽는 속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조금 더 긴 문장을 활용해 그른 예와 옳은 예를 제시함으로 칼럼을 마칩니다.
그른 예 :
‘정마빈 목사는 빠르게 교회 앞의 가파른 언덕을 달렸다. 긴박한 아내의 전화를 받고선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목사의 숨은 침착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거칠었다. 헉헉거리는 정 목사의 숨소리가 어느 덧 가득히 차 안을 채웠다.’
옳은 예 :
‘정마빈 목사는 교회 앞의 가파른 언덕을 빠르게 달렸다. 아내의 긴박한 전화를 받고선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착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정 목사의 숨은 거칠었다. 헉헉거리는 정 목사의 숨소리가 어느 덧 차 안을 가득히 채웠다.’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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