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로 감미로운 찬양소리가 울려 퍼진다. 흔하디흔한 골목 어귀의 여느 카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곳에선 24시간 찬양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신앙인들에겐 으레 당연한 교회음악이지만, 카페를 찾는 비 신앙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벌써 여러 차례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고 반나절이라도 다른 음악을 틀면 안 되겠냐는 가맹주들의 볼멘소리에 협박 아닌 협박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랑도서관’에는 찬양이 끊이지 않는다. “하나님의 나팔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 커피랑도서관 장덕성 대표(38)는 “찬양으로 공격을 받을 때마다 ‘만일 나팔이 분명한 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가 전쟁을 예비하리요’(고전14:8)라는 말씀을 되새겼다”고 전했다. 그가 커피를 팔지 않을지언정 찬양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찬양으로 송두리째 뒤바뀐 삶
지난 14일 ‘커피랑도서관’ 가락센터점에서 만난 장덕성 대표는 “암흑과 같던 시기, 찬양을 통해 은혜를 받았고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기 때문에 찬양은 제 삶의 전부와 같다”며,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찬양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길 바라며 24시간 찬양을 틀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카페의 문을 처음 열어 전국에 83개의 카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다.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가고 국내 연간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70%에 달하는 시점에서 가히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 모든 점포에서도 동일하게 24시간 찬양이 흘러나온다. 이런 카페를 차릴 정도면, 오랜 신앙 연륜을 가진 독실한 신앙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신앙고백은 뜻밖이었다.
“저는 원래 건물이나 관광호텔 등의 관리사업을 했습니다. 건물의 임대료를 못 내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업주들을 떠나보내는 역할을 했죠. 이후에는 주차사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사업이 꽤 잘되기도 했었죠. 당시에는 와인바를 차리면 차렸지, 제가 카페를 차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주로 건물주를 상대로 영업을 하고, 어울리다 보니 술과 유흥을 즐기며 자연스레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 끝에는 항상 허무함이 밀려왔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생활이 즐겁지 않았다. 교회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그였지만, 어떤 강한 신적 존재가 자신을 컨트롤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렇게 방황하던 시절, 운전을 하던 중 우연히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찬양을 듣게 됐습니다. ‘성령이오셨네’라는 찬양이었는데, 이유 없이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교회에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죠.”
다닐만한 교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장 대표의 생활을 잘 알던 교회 친구마저도 ‘너와 같이 교회를 다니긴 힘들 것 같다, 다른 교회를 알아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가 믿음을 가진지 얼마 안 된 친구를 통해 오륜교회에 가게 됐다. “처음 예배를 드릴 때만 해도 별 느낌은 없었는데, 몇 주 후 예배에서 ‘성령이오셨네’ 찬양을 우연히 다시 듣게 됐습니다. 찬양을 들으며 5시간이 넘게 울고 통곡하며 과거의 죄를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찬양을 통해 두 번째로 경험한 하나님의 강한 터치였다. 찬양은 그렇게 장 대표의 삶을 변화시켰고, 하나님을 만나는 도구가 됐다. 하지만 수년 가까이 살아온 그간의 생활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여전히 같은 일을 하면서 옛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먹고 교회를 나가지 못하는 삶을 반복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고난은 그의 삶을 다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게 했다. 잘되던 사업이 망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것.
강한 공허함과 절망이 자신의 숨을 옥죄여 왔지만, ‘찬양’은 다시 그를 일어서게 만들었다. “찬양을 듣지 않으면, 진정이 되지 않고 늘 쫓기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나마 찬양을 계속 틀어놓으니 마음이 진정되고 평안함이 생겼습니다. 죽음의 경계에서 찬양은 저에게 피난처, 생명수와도 같았습니다.”
‘돈과 하나님’…시작된 영적인 공격
사업 실패 후 장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했다. 카페를 처음 시작할 때는 카페문화가 이토록 발달하지 않았기에, 사실 사업이 이렇게 잘될 줄도 몰랐다. 지금도 장 대표는 “모든 것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며, “예전 건물명도 조성을 위해 강제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책상과 의자, 책 등을 자연스럽게 수집하게 됐다. 그렇게 모아진 물품이 도서관카페를 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돈과 하나님’ 사이에서 자신의 믿음을 시험하는 일을 여러 번 겪기도 했다. 하지만 ‘24시간 찬양이 나오는 카페’라는 조건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찬양소리가 너무 크다’라는 민원에서 시작해 조금이라도 찬양 대신 세상노래를 틀어놓자는 가맹점주들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불신자였던 한 점주는 찬양듣기를 너무 싫어해 계속 컴플레인을 걸고,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아는 목사님께 부탁을 해서 한번 찾아뵙기를 요청했는데, 놀랍게도 그분이 목사님을 만나 영접기도를 하고 하나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지금도 그분은 와이프와 함께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냉담했던 신앙인이 다시 교회에 가게 됐다는 손님들의 일화는 기본이거니와 찬양을 듣다가 전도가 되어서 근처 교회에 가게 됐다는 손님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찬양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순간이다.
전국의 지점이 늘어가는 상황에서는 심한 영적 공격을 받기도 했다. 주변 카페와 독서실의 민원으로 시작해 ‘무허가 독서실운영’이라는 이유로 전국 교육청에서 형사고발을 당하게 된 것. 자칫 카페의 기본적인 운영방향이나 시스템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믿음을 잃지 않고 여호수아 10장 말씀을 붙잡았다. “당시 변호사나 법무팀은 소송에서 질수도 있다고 했지만, 저는 하나님이 맡기신 사역이니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승리를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결국 모든 지방법원에서 기각처리가 됐다.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모든 카페를 독서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를 계기로 더 이상 다른 카페의 점주나 교육청에서 우리 카페를 공격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나남의 전적인 도우심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독교 문화공간’으로 확장 기대
장 대표는 기본적으로 커피의 품질을 높여 전문 커피숍으로서 전문성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공간 활용을 통해 문화사역공간으로서 카페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오는 5월 정식오픈을 앞둔 가락센터점은 커피랑도서관의 1호 센터역할을 할 예정이다. 지하 1층부터 7층 옥상 루프탑까지 카페, 독서실, 미세먼지존, 세미나실, 예배처, 콘서트장 등 그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서적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와 신앙서적을 중심으로 2500여권이 구비돼 있다. “크리스천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페 안에 작은 찬양무대를 마련했고, CCM콘서트를 열 수 있는 프로그램 및 크리스천 영화상영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요금제 상품을 다양화해 50여개 요금제로 손님들의 필요에 따른 ‘맞춤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한다. 탄탄한 믿음 위에 전문성까지 더하니 사업이 잘되지 않을 수가 없다. 해외지점 오픈도 준비 중에 있다. 최근 미팅을 마쳤고 베트남 선교사와 함께 호치민에 ‘커피랑도서관’ 해외 1호 가맹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사업이 번창하면서 마냥 좋기보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더욱 크다고 고백했다. “사실 카페를 운영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영적 공격이 있습니다. 두려운 마음이 더 크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계획이 훨씬 크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찬양을 심고 찬양의 길을 내는 일에 한 마음으로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