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06년 본 교회에 청빙을 받았다. 교회를 개척하고 31년 간 사역하시다가 은퇴하신 고창훈 원로목사님과 함께 사역하고 있다.
원로목사님과 담임목사인 나는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사랑하며 행복하게 목회 하고 있다. 그것은 원로목사님께서 보여주신 모습 때문이다.
원로목사님은 은퇴 이후 단 한 번도 목회적 권면이나 조언을 하지 않으셨다. 그저 침묵하셨다. 강단에서 설교를 부탁하면 담임목사가 해야 한다고 사양하셨다. 몇 번의 설교 시간에는 힘 있게 설교하시면서 담임목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높여주셨다. 사모님은 은퇴 후에도 날마다 기도하고 봉사하시며 노 권사님들과 함께 교회를 섬겨주신다.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이렇게 원로와 담임목사의 관계가 좋은데, 왜 한국교회 안에서는 갈등이 일어날까? 몇 가지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는 원로목사가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목회사역에 간섭하고 평가하기 때문인 것 같다.
둘째는 성도들이 후임자를 새로운 리더십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외된 성도들이 원로목사님을 찾아가 담임목사에 대해 불평하는 경우다. 이 때 원로목사님이 성도들의 말만 듣고 담임목사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때 갈등이 생겨난다.
셋째는 교회가 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부흥시키는 동안 원로목사님은 자신의 젊음과 열정, 그리고 전 재산을 바쳐 헌신했다. 목회사역에서 고난도 많았을 것이다. 특히 교회 건축을 할 때는 상당한 희생이 따른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내 교회’라는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남에게 주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원로목사의 ‘내려놓음’이 없다면 교회는 힘들어진다. 후임자에 대한 목회 조언이라고 할지라도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침묵하고 기다려야 한다.
최근 후임자 청빙 후에 일어나는 한국교회의 갈등을 보면서 ‘나는 복 받은 목사’라는 생각이 든다. 존경스러운 원로 목사님과 사모님이 더욱 건강하시고 우리 곁에 오래도록 계시기를 기도하고 있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관계는 모세와 여호수아 같아야 한다. 신명기 34장 9절 “모세가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안수하였으므로 그에게 지혜의 영이 충만하니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여호수아의 말을 순종하였더라”는 말씀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