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공의회
64조는 공의회를 통한 교회의 직권남용에 대해서 말한다. 공의회가 하나님의 말씀에 반하여 잘못을 저질러 왔음을 폭로하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지를 제시한다. 우선 츠빙글리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정의로 시작한다. “시간과 저편 사이에 존재하는 하나님 나라는 다른 무엇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경건(frommkeit), 평화 그리고 기쁨이다.”(롬14:17)
죽음을 이기시고 두려워떠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기원했던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잘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츠빙글리는 당시 많은 갈등을 통해 원치 않게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위해 정의롭고 그리스도인답게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 많은 적폐와 악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평화를 유지할 것인지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이를 위해 츠빙글리는 “미래를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 할 것을 제안하였다.
츠빙글리가 여기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당시 교회의 최고의결기관인 공의회(concilien)이다. 오만한 주교들이 거기서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난 결정들을 해왔는데, 공의회가 하나님의 말씀에 폭력을 저질러 왔다고 비난하며, 교회의 진리 판단의 기준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임을 제시한다. “바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외에 그 어떤 재판관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교회 공의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 말씀 안에 분명하고 명확한 모든 것이 있습니다. 악한 사람들이 하나님 말씀에 폭력을 가하는 순간, 신실한 하나님의 종들은 온전히 하나님 말씀에 헌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체계적인 말씀을 공명정대하게 설교하고, 하나님 말씀의 핵심에 대해서 설교하기 시작했습니다.”(츠빙글리, 『저작 선집 2』, 507-508)
목회자의 청빈
츠빙글리는 공의회를 통한 성직자들의 잘못을 해결하는 구체적 방법을 구체적으로 두 가지로 제안한다. 과도한 성직자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과 사제들의 부를 교회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다.
한 예로, 유산을 교회에 남기라는 요청은 성직자들이 은밀히 욕심을 채우는 짓이라고 비난한다. 교회는 죽어가는 자들에게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입각한 복음적인 말을 해주어야 한다. 교황 추종자들은 영혼이 구원받기 위해서 교회에 유산을 기부하라고 명령하기까지 하는데, 이는 거짓말이며 도적질하는 행위이다.
대신 죽어가는 자들이 자신의 유산을 정말로 물질이 필요한 자들, 곧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도록, 교회가 받아서는 안 된다. 특히 츠빙글리는 믿는 자들에게 재산이 의미하는 바, 곧 성도의 청지기의 사명을 강조한다. 하나님이 살아있는 동안 재산의 관리를 맡기셨다는 것이며, 그러한 재산은 유산으로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