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은행의 따뜻한 사연과 신앙이 담긴 ‘연탄신학 이야기’가 발매됐다. 2004년 춘천에서 연탄은행 사역을 시작해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전국협의회 부회장으로 섬기고 있는 정해창 목사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연탄신학 이야기’를 출간하고 지난 25일 중계동 백사마을광장에서 출판 발표회를 가졌다.
조직신학, 개혁신학, 해방신학은 들어봤지만 대관절 연탄신학이라니?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핏 가벼워 보이는 이름 속에 들어있는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땅의 낮은 이들과 함께 땀을 쏟고 눈물을 흘리며 탄생한 연탄신학에는 현장의 진한 땀 냄새가 배겨있다.
책에는 2002년 강원도 원주에서 시작한 연탄은행의 울고 웃는 사역 에피소드와 신학적 뿌리들이 담겼다. 동시에 자신을 모두 태워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연탄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성도의 사명을 조명한다.
저자 정해창 목사가 말하는 연탄신학은 허(虛, 비움)의 신학이다. 그는 “연탄은 자신을 모두 내어주고 생명을 살린다. 그러면서 어떤 아름다운 자취도 남기지 않은 채 하얀 재가 되어 사라진다”며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자신을 모두 내어주셨듯이 우리를 비우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바로 연탄신학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연탄신학은 성문 밖의 신학이다. IMF의 아픔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을 돌보지 못했다. 심지어 제도권의 교회도 이들을 받아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역전, 지하철, 다리 밑으로 갔다. 연탄은행은 바로 이들과 밥상을 함께 하며 눈물을 닦아주고 연탄을 통해 사랑을 전했다.
정 목사는 “연탄신학은 책 속에서, 이론에서 시작된 신학이 아니다. 가난한 이들을 찾아갔던 강원도 원주 쌍다리 밑에서, 영문 밖에서, 갈 곳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탄생한 신학”이라며 “성문 밖에서 죽으신 예수, 갈릴리로 가신 예수와 같이 우리도 성문 밖으로, 낮은 이들에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에게 연탄은 그저 까만 숯덩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에게 연탄은 불이다. 사랑의 불이고 성령의 불이며 말씀의 불”이라며 “연탄을 전해주며 교회 나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탄을 통해 사랑이 전해지고 하나님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기고 교회가 세워진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의 연탄 한 장이 결국 생명을 살리고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탄신학이 모든 한국교회에 전해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가 아직 제도권에 매몰돼 있는 것을 본다. 여전히 성장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남아있다. 그래선 안 된다. 성문 밖으로 나가 고난 받은 예수를 전해야 한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2년 강원도 원주 쌍다리 밑에서 연탄은행을 시작한 허기복 목사(연탄은행전국협의회 회장)는 “연탄은행은 실천신학이다. 어떻게 교회가 본질을 회복하고 선한 영향력을 주고 복음 운동을 일으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신학”이라며 “가장 낮은 곳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연탄신학을 통해 한국교회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