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여론조사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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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론조사의 허와 실
  • 지용근 대표
  • 승인 2017.04.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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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세상-28

작년 총선 때 여론조사 회사들은 수난을 겪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였다. 국회의원 선거 조사는 해당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핸드폰 조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번호를 추출해 해당 지역 거주자를 찾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급률 절반도 채 미치지 못하는 집 전화만을 갖고 조사했기 때문에 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 조사는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핸드폰 조사를 RDD 방식으로 하더라도 어느 정도 표본을 확보하는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언론에 자꾸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예컨대 이번주 초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마다 1, 2위 후보 간 격차가 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전보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낮아진 것 같아, 여론조사에 평생 몸을 담가온 자로서 안타깝다. 사실 요즘처럼 치열한 선거전에서 누가 1위이고 누가 2위인 것을 알 방법은 오로지 여론조사 밖에 없다. 그러니 각 후보 진영마다 그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관마다 차이를 보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몇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먼저 조사방법이다. 현재 선관위에서 허용하는 조사방법은 전화면접조사, 스마트폰앱조사, ARS조사 등이 있다. 이 방법에 따라 응답률이 서로 상이하게 되고 그에 따라 결과들이 달라진다.

또 전화면접이든 ARS조사이든 유선전화와 무선전화를 어떤 비율로 섞어 쓰냐에 따라 그 결과들이 사뭇 달라진다. 그런데 아직 조사업계나 학계에서 유선과 무선 비율을 어떻게 정해야 정답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선관위도 유무선 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조사결과들이 같은 시기에 조사됐음에도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민심은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기에 여론조사는 마치 그 시점의 ‘스냅사진’과 같다. 여론조사는 대중의 의견을 알아보는 도구이기에 이를 받아보는 사람은 현 상황에 대한 참고자료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여론조사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여론조사 결과에 매우 민감해 있다.

온도계는 기온을 재는 도구일 뿐인데 마치 온도계가 기온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은 각 후보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에 좌절하거나 흥분하지 말고 선거기간 중 최선의 노력을 다해 뛰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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